‘잔디광장’에 ‘폭격’ 맞은 ‘빛의 광장’ 설계자 서현 교수… 맘대로 부려먹다 나가 있으라고?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서울시청 앞 광장 설계 공모에서 ‘빛의 광장’으로 당선됐다 난데없이 ‘잔디광장’에 ‘폭격’을 맞은 서현 교수(한양대 건축대학원)는 “무대에 올라갈 줄 알았던 배우가 갑자기 극장 밖으로 쫓겨난 기분”이라며 “이번에 잠자코 물러서면 후배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까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를 상대로 한 법률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설계자에 공식 통보 안마디 없어
“설계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지난해 1월 당선 통보를 받은 뒤 1년 가까이 운영·기술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민간기구인 시청광장조성위원회, 담당 공무원들과 수많은 논의를 거쳐왔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것은 지난해 12월 시장정책보좌관 회의 직후였다. 시장·부시장 등이 배석한 그 회의에서 당선작은 당장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우니 잠시 보류하고, 5월 ‘하이 서울축제’에 맞춰 잔디광장을 임시로 만들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많은 시간 동안 공들인 계획안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면서도, 설계자에게 공식 통보는 한마디도 없었다. “시장정책보좌관 회의 다음날 담당 주임이 전화해서 설계안은 장기 프로젝트로 하게 됐다, 자기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아서 사정을 잘 모른다, 참석했던 간부가 나중에 연락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간부’의 전화는 없었고, 체념과 답답함 속에 시간은 흘러갔다. “올해 2월23일 열린 광장조성위원회 회의에서 설계의 기술적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갔다. 회의 1시간 전에 건설기획국장이 ‘빛의 광장’은 보류되고 대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잔디광장을 설계했다고 하더라.” 결국 회의는 모양새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회의 다음날 경찰과 교통체계 변경을 상의했고, 대대적인 시민 홍보가 이뤄졌으며 ‘잔디광장’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건축가를 포함해 모든 디자이너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갑의 자리에 있는 서울시 최고경영자가 을의 위치인 설계자를 무조건 굴리다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 있어라 하는 식이다.” 현재 건축계 전문가들은 도시연대·문화연대·경실련·민노당과 손잡고 시청앞광장 건축인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잔디광장’ 조성과 그 운영 조례를 비판하며 4월26일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다.
“애초에 청계천 사업을 먼저 제의하고 이명박 시장을 지지했던 문화계·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복원이 아니고 개발이었다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지 않은가. 시청광장도 사실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보단 결국엔 시장이 청계천에 이어 ‘다음 이력서’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빛의 광장’에 깔린 모니터가 혹 고장이 나서 시민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치적에 흠이 가니, 그보다는 차라리 안전하게 잔디광장을 만드는 게 부담이 안 된다고 여긴 것이다.”

민간기구 모양새만 갖춰놓고 말아
그는 사업의 취지가 변질되다보니 이명박 시장이 도입한 갖가지 시민·전문가 참여 장치들이 제 몫을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사업의 마스터아키텍트(MA),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시청광장조성위원회 등 민간기구를 위한 모양새를 갖춰놓고 결정적 순간에는 의견을 경청하지 못한다. 날짜를 정해놓고 그 안에 화급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보니 그렇다. 이건 결국 참여하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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