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시와 착취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유럽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다
아테네= 글 · 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그리스나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는 실업 문제를 불법 이민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실업자들은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임금이 내려갔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럴까. 거대한 오렌지 단지가 조성돼 있는 그리스의 아르고 지역에는 제3세계에서 온 이민자들이 농사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오렌지를 재배하거나 수확하는 시기가 오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농촌 일손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불법 이민자 단속은 형식적
도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그리스인들이나 이탈리아인들이 꺼리는 육체노동은 대부분 이들 이민자의 차지가 되고 있다. 집을 짓거나 도로를 닦는 등의 각종 공사장 일도 대부분 외국인들이 한다. 농촌이나 공사장, 공장에서는 이민자들 때문에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에는 불법 이민자 수가 1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에서 이주노동자의 규모는 수백만명에 이르고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그리스 정부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10년 전만 해도 그리스는 관광객들이 찾는 나라였지 이주노동자들이 오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터키를 거쳐 무더기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발칸 국가들, 특히 알바니아에서 대거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리스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들어 겨우 대책 수립에 나섰다.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이 이주노동자 합법화였다. 지금도 정책의 미비성 때문에 엄청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정부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그냥 통과만 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그리스나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이민자들 상당수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영국, 북유럽으로 행선지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보호시설 투자가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강력하게 통제할 수도 없다.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해 강제로 추방할 경우 육체노동의 일손이 모자라 내국인들의 불만이 고조될 게 뻔하다. 대충 형식적인 단속에 그치고 있다. 이탈리아 앙코나항에서 이뤄지는 국경경찰과 세관의 검색이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번 정도 이뤄진다는 데서도 불법 이민자 단속이 형식적이란 것을 잘 알 수 있다. 당연히 검색 날짜를 알고 있을 인간 밀수조직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하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주 노동자들의 실태는 마치 ‘현대판 노예제도’와 흡사하다. 남성들은 대부분 현지인 임금의 5분의 1을 받고 공장이나 농사, 막노동일에 종사하고 있고, 여성들은 가정부나 노인 간호 등이 일에 종사한다. 일부는 마피아 조직에 휘말려 강제로 매춘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모두 떠나면 유럽 경제 붕괴될 것”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비숙련 육체노동이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저임금 불법 이민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당연히 불법 이민자들이 모두 떠나버리면 유럽의 경제는 붕괴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민자들이 없으면 사실 공장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고 오렌지나 포도도 따기 힘든 실정”이라고 불법 이민자들을 위해 변호활동을 펴고 있는 이야트로풀루 변호사는 말한다.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에서 이민자들의 발길이 끊어질 경우 유럽의 생산체계 자체가 완전히 붕괴할 정도로 생산구조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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