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동쪽 국경 쿠즈니차 검문소… EU 가입에 따라 벨라루시 · 우크라이나인 통제 강화
쿠즈니차(폴란드)= 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폴란드 동쪽 국경 쿠즈니차 검문소까지 가는 100km 눈길은 마치 활주로 같았다. 길은 마을이 나오면 몇 차례 완만하게 굽어질 뿐 곧장 빨랫줄처럼 뻗어 있었다. 3월1일 오후 흰 눈이 덮힌 울창한 숲이 택시 차창 밖으로 열병식을 하는 병사들처럼 스쳐 지나갔다.
“벨라루시 사람들은 술주정뱅이”
폴란드-벨라루시 국경의 쿠즈니차 검문소는 폴란드 비알리스토크에서 차량으로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사방을 둘러봐도 가끔 낮은 언덕이 보일 뿐 산은 보이지 않는다. 폴란드 사람들이 아침이나 낮이나 그냥 ‘진 도브리’라고 인사한다. 폴란드에는 영국이나 독일처럼 아침과 점심 인사말이 따로 없다. ‘진 도브리’는 우리 말로 ‘좋은 날’이란 뜻이다. 남쪽 국경지대를 빼면 산이 없는 폴란드에는 해가 비치는 낮과 해가 없는 밤이 있을 뿐이다. 산 위로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란 개념이 없는 폴란드 사람들로서는 아침, 점심 인사말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탁 트인 폴란드 평원은 공격자에겐 최상의 진격로이지만 방어하는 처지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폴란드는 끊임없이 외국 침략에 시달렸고 국경선이 자주 바뀌었다. 이 때문에 폴란드 국경 도시에는 국경 너머에 친인척을 둔 ‘이산가족’ 폴란드인이 많다. 이 사람들은 양쪽 국경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로 돈을 번다.
국경까지 가는 택시 기사 마르친 발실레브스키(40)에게 보따리상 친척이 있으면 소개라도 받을 요량으로 “벨라루시에 친척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없다. 아니 있고 싶지도 않다.” 1980년대까지 폴란드의 종주국인 옛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벨라루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뜻밖이었다.
“그들(벨라루시 사람들)은 아직도 스탈린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체제가 우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그들과 멀어져야 한다. 농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벨라루시의 보드카 값이 제일 싸다고 하더라. 벨라루시 정부가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게 하기 위해 술값을 싸게 해서 벨라루시 남자들을 모두 술주정뱅이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경 검문소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에 흰 바탕에 빨간 색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발실레브스키는 길가에 서 있는 빨간 번호판 차량들을 손가락질하며 “저게 벨라루시 차다. 차량 상태가 낡아 단박에 없는 티가 나지 않느냐. 벨라루시 사람들이 국경 세관 통과가 금지된 물건들을 차에 몰래 숨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술 더 떠 발실레브스키는 “벨라루시가 폴란드보다 못사니까 폴란드에서 전자제품, 농산물 등을 포함해 무엇이든 벨라루시로 가져가면 돈이 된다. 하지만 벨라루시에서 우리가 사올 것은 없다”고 자랑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시가 인종과 종교가 다르데다 폴란드가 옛소련 위성국가에 묶여 있던 감정이 작용한 탓인지, 폴란드 사람은 벨라루시 사람을 ‘가난뱅이’ ‘술주정뱅이’라며 거칠게 깎아내렸다.
검문소에 진을 친 ‘보따리 장사’들
쿠즈니차 검문소 근처에 오자 한가위 연휴 경부고속도로처럼 벨라루시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차량 지붕에 스키처럼 전자제품을 매단 차량 등이 국경 통과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벨라루시 차량이 국경을 넘는 데는 빨라도 반나절이 걸린다고 한다. 이웃마을 가듯 국경을 넘나들던 체코-폴란드, 헝가리-슬로바키아 국경 풍경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폴란드와 벨라루시 국경선 가운데에는 철망이 자리잡고 있었고, 국경수비대원 차량이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순찰을 돌고 있었다. 국경 곳곳에는 폐쇄회로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벨라루시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국경 검문소 근처 여기저기에 몰려 있었다. 간이 매점에는 대낮부터 술에 취해 불콰해진 얼굴의 벨라루시 남자들이 몰려 있었다. 길 한쪽에서는 승합차에 잔뜩 싣고 온 양탄자 더미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1인당 통관이 허용된 수량만큼 양탄자를 나누어서 세관을 통과하려는 것이다.
다른 편에는 50대 벨라루시 남자가 운전석을 뺀 차량 안에다 빼곡히 사과를 채워놓았다. 그는 폴란드 비알리스토크에서 사과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장사가 잘되느냐고 물었더니 먹으라고 돈도 받지 않고 사과 한 봉지를 건네줬다. 폴란드 사과는 크기가 약간 작을 뿐 한국 사과와 모양과 맛에 차이가 없었다.
갑자기 허리에 권총을 찬 국경수비대원이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의 여권을 검사하고 폴란드 입국 목적, 숙소가 어디인지 등을 묻고 여기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더니 “상부로부터 취재에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 취재를 하려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와라. 국경 근처에서 떠나라”고 통보했다.
택시가 검문소 근처를 벗어나자 택시기사 바실레브스키는 “5월 유럽연합 가입 뒤면 국경 수비가 더욱 강화된다. 취약지역인 숲이나 늪에는 철조망도 설치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국경 근처 숲이나 평원이 너무 넓어 불법 입국자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알리스토크 시내에서 만난 한 폴란드 젊은이는 “폴란드나 벨라루시나 국경 출입국 관리들 중에는 부패한 자들이 상당수 있다. 폴란드 마피아들이 서유럽에서 훔친 BMW 같은 차량을 벨라루시, 우크라이나 국경 등을 통해서 러시아로 가져가 헐값에 판다. 이런 조직적 범죄는 관리들의 묵인 없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5월이면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10개국이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한다. 5월부터는 폴란드, 헝가리 등의 동쪽 국경이 유럽연합의 동쪽 국경선이 된다. 진작부터 유럽연합은 동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불법 입국자 급증을 걱정해 폴란드와 헝가리 등에서 대규모 국경통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크로아티아 등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들과 국경을 맞댄 헝가리에 3년 동안 1억8400만유로(약 2600억원)를 지원해 국경 경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지원받아 밀입국 통제
벨라루시,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이 1245km에 이르는 폴란드도 대표적 밀입국 통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폴란드는 유럽연합한테 1억유로(약 1400억원) 규모의 돈을 받아 국경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레이더 기술, 보안시스템 등을 갖춘 서유럽 정보통신 업체들이 폴란드 기업들과 손을 잡고 국경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폴란드 같은 새 가입국에게 국경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근거는 ‘센겐조약’이다. 1990년 체결된 이 조약의 뼈대는 유럽연합 회원국끼리는 무비자 통행을 보장하지만 비회원국에는 엄격한 비자 발급 등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비교적 통행이 자유롭던 폴란드 동쪽 국경이 유럽연합 가입을 앞두고 닫히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까지는 리투아니아, 벨라루시,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람들은 초청장과 일정한 금액의 돈을 갖고 있으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이제는 3개월짜리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쪽 국경 폐쇄의 불똥은 국경 무역을 하던 보따리상에게 떨어졌다. 박중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바르사뱌 무역관장은 “보따리상을 ‘수트 케이스(suit case)’라고 부른다. 물건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다녀서 붙은 이름이다. 지난해까지 폴란드는 벨라루시, 우크라이나 등과 국경을 개방해 별다른 규제 없이 인적·물적 교류를 했다. 비자 발급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발생함에 다라 중소 규모의 국경무역이나 보따리상들의 무역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시와 우크라아나에 있는 영사관 수와 직원 수를 늘려 비자 발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3월2일 오전 비알리스토크에서 보따리 장수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대개 폴란드 시장들이 그렇듯이 축구장 둘레를 따라 둥글게 자리잡은 이 시장에는 오전 8시30분께면 대부분의 상인이 장사를 시작한다. 옷, 속옷, 신발, 공구, 야채, 반찬, 빵, 고기, 담배, 생활잡화 등을 파는 풍경이 우리 중소 규모 도시에 있는 재래시장과 비슷하다. 중국산 열쇠와 계산기, 이란산 말린 과일, 터키산 과자, 러시아산 담배 등 다양한 나라 상품이 팔리고 있었다.
중국제에 밀려 러시아제 사라진다
톱과 전자계산기 등을 파는 토멕(35)은 “2년 전부터 벨라루시와 우크라이나 물건이 확 줄었다. 폴란드 사람들이 질 높고 다양한 제품을 선호하는데 동쪽 물건이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등에서 값싼 제품들이 밀려들어온 뒤 러시아 물건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멕은 “동쪽에서 온 물건들 가운데 담배는 아직도 돈이 된다. 시장에서 담배를 파는 사람은 벨라루시나 리투아니아에서 온 보따리 장수다”고 말했다.
시장 한쪽에서 40·50대 여성들이 개다리 소반만한 나무판에 담배를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벨라루시에서 왔느냐는 질문에 황급히 좌판을 걷고 고개를 돌렸다. 50대 벨라루시 여성은 “그동안 폴란드-벨라루시 국경을 오가며 간단한 전자제품을 팔아 한달에 20만원가량을 벌었다. 이 돈이면 가족끼리 먹고살 만했다. 국경 통과 절차가 까다로워진 뒤 담배를 팔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담배 반입을 제한하고 있어 벨라루시 사람들이 담배를 파는 것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3월2일 오후 폴란드 국경수비대 포드라스키 지역대로부터 취재 허가를 받아 다시 쿠즈니차 검문소로 갔다. 어제처럼 국경 통과를 준비하는 벨라루시 승용차와 트럭들이 늘어서 있었다.
검문소 진입로에는 승용차, 트럭, VIP 표시가 되어 있었다. VIP 통로를 둔 것은 이 검문소가 대외적으로 폴란드가 내세우는 시범 검문소이기 때문이다. 쿠즈니차 검문소는 유럽연합에서 돈을 지원받아 지난해 11월 문을 연 최신식 검문소다. 외국 정부나 외신 기자들이 폴란드 국경관리 실태를 보고 싶다고 하면 폴란드 정부는 쿠즈니차 검문소로 외국 손님들을 안내한다.
쿠즈니차 검문소의 각종 감시장비와 컴퓨터, 건물 설비에는 별 모양의 유럽연합 딱지가 붙어 있었다. 유럽연합 돈으로 마련했다는 표시다. 검문소 관계자는 “우리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출입국 업무를 유럽연합 표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문소에는 위조 여권 등을 감식하는 장비, 전국 출입국 기관들과 연결된 데이터베이스, 화상전화 시스템 등이 있다. 마약을 몰래 들고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도 갖췄다. 검문소 관계자는 “차량이나 손에 마약 가루가 묻어 있다면 5일 안에 이 장비로 검사하면 알아낼 수 있다”고 자랑을 한 뒤, 입국 심사대에 들어온 벨라루시 승용차를 세워놓고 마약 검사 시범을 보였다
‘하나의 유럽’ 밖에는 높은 장벽이…
검문소 주변에는 감시카메라가 28개 설치돼 있다. 상황실에서 의심스러운 곳은 카메라 각도를 바꾸거나 확대해서 세밀하게 감시하고 감시 화면을 저장할 수도 있다. 검문소 관계자는 “어제 당신들이 국경 근처에서 사진 찍는 것을 감시카메라로 확인하고 국경수비대 순찰대원에게 신원 확인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3월2일 오후 국경 검문소 취재를 마치고 숙소인 비알리스토크의 한 호텔로 돌아왔다. 마침 한 투자자문기관이 호텔 회의실에서 폴란드 지방자치단체 재정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있었다. 폴란드 지자체가 유럽연합으로부터 재정지원금을 더 많이 빨리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리였다. 폴란드 공무원들이 설명회 내내 질문을 쏟아내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유럽연합은 ‘유로랜드’란 기치를 내걸고 회원국끼리 자유왕래를 보장하고 국경을 없애고 있지만, 그 담장 밖의 가난한 나라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한 이중삼중의 철망을 치고 있다. 폴란드가 동쪽 국경을 닫고 유럽연합으로 들어가는 것은 유럽연합 바깥의 장벽이 그만큼 높음을 뜻한다. ‘하나의 유럽’에서 배부른 나라와 가난한 나라들의 넘을 수 없는 경계는 더욱 굳어지고 있다.
최대 7년까지 노동자 유입 통제 |
[동유럽에 빗장 풀지 않는 서유럽] 기존 15개 유럽연합 회원국끼리는 국경 개념 없이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기존 회원국이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동유럽의 10개 새 회원국에 국경 자물쇠를 쉽게 풀 것 같지는 않다.
유럽연합은 기존 회원국과 새 회원국 사이의 국경 통제를 최소한 2007년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유럽연합은 10개국 가입을 맞아 회원국끼리 의심스러운 인물이나 화물의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2007년까지 시범 운영한 뒤 기존 회원국과 새 가입국과의 국경 통제 완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 유럽연합이란 단일시장은 노동·재화·용역·자금 4개 부문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을 전제로 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폴란드·헝가리 등에 동쪽 국경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서쪽과의 자유 왕래를 보장하지 않는 이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0% 안팎의 실업률에 시달리는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노동자의 자국 유입을 당분간 막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도 기존 회원국들에게 일정 기간 노동시장 제한 조처를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2+3+2’ 방식으로 3단계에 걸쳐 최대 7년까지 자국 노동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허용했다.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 등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오스트리아 등 실업률이 높거나 동유럽과 가까운 나라일수록 노동시장 개방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자세다. 네덜란드는 업종별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용 여부를 검토하나 1순위에 기존 회원국 노동자를, 2순위에 신규 회원국 노동자를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최근 숙련 노동자에 한해 산업계의 수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노동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핀란드·벨기에·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은 아직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지만 유럽연합에 가입한 동유럽 노동자들에게 노동시장을 선뜻 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존 회원국의 태도에 대해 새 회원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헝가리는 서유럽 회원국들과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정했다. 서유럽 노동자의 헝가리 국내 노동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서유럽이 노동시장의 빗장을 풀지 않으면 다른 동부유럽 국가들도 헝가리처럼 맞불을 놓을 태세다. 동유럽 노동자의 임금은 서유럽 노동자의 20~25% 수준이다.
원전 때문에 유럽연합 가입 못한다? |
[체코 원전에 떠는 오스트리아]
2000년 10월부터 가동된 테멜린 원전은 체코 전력수요의 20%가량을 담당한다. 하지만 인접국 오스트리아는 시한폭탄처럼 여기고 있다. 체코 남부 보헤미안 지방에 있는 테밀린 원전은 오스트리아-체코 국경 60km 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중부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을 전면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오스트리아는 테멜린 원전이 설계는 옛 소련 방식이고 제어기술과 원료 가공기술 등 실제 운용방식은 미국의 기술을 채용해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하고 있다.
만약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국경이 다닥다닥 붙은 유럽의 특성상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를 능가하는 대형 참사가 빚어질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테멜린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사태 발생 뒤 2시간이면 방사능 구름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때 오스트리아는 테멜린 원전 문제를 체코의 유럽연합 가입 문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체코 정부는 테멜린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주변국의 안정성 문제 제기를 내정 간섭이라며 화를 냈다. 지난해 유럽연합 위원회가 나서 오스트리아가 원전을 문제 삼아 체코의 유럽연합 가입에 제동을 걸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의회는 지난해 12월4일 체코·폴란드 등 10개국의 유럽연합 신규가입안을 찬성 181, 반대 2로 공식 비준했다. 오스트리아 자유당 의원 2명은 체코가 테멜린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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