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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는 어디에 있는가

등록 2003-11-19 00:00 수정 2020-05-02 04:23

‘테러리스트에서 평범한 주부로’ 지난 1997년 12월 김현희가 경주의 한 향교에서 전 안기부 직원과 전통 혼례식을 치르던 날 한 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그러나 이 결혼은 KAL기 사건 유족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주고 말았다. 김현희가 “유족들을 도우면서 평생 함께 살겠다”며 당시 항간에 떠돌던 ‘결혼설’을 부인하는 자필 서약서를 유족회에 전달한 뒤 불과 5일 만에 치러진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김현희는 1990년 특별사면을 받은 뒤 각종 신앙 간증과 반공 강연회에 연사로 출연했다. 정통성이 취약한 노태우 정부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김현희는 ‘민초’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통해 사회의 보수화를 이끄는 데 한몫을 했다. 김현희는 또 라는 수기를 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김현희는 한때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로 구설수에 올랐다. 수기 발간과 각종 강연회, 방송 출연 수입으로 많은 돈을 만지게 되자 서울 강남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고 백화점에서 고급 옷을 사는 등 ‘사치’를 즐겼다. 당시 안기부 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행동으로 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안기부는 김현희에게 재산 중 일부인 8억5천만원을 유족회 복지재단에 출연하도록 ‘지시’한다. 1997년 작성된 이 합의서에는 ‘유족회 대표와 김현희간의 면담을 실현되도록 한다’고 돼 있으나 면담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현희는 결혼 뒤 시댁이 있는 경주에서 살다가 지난 2000년에 서울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과 함께 국정원의 신변보호는 풀렸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출시 경찰이 경호에 나선다고 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신변보호를 위해 그가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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