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쿨함의 의미에 대한 토론… 파병에 대해 지금처럼 끈질기게 문제제기 해야
새로 출범한 7기 독자편집위원회는 2003년 베스트 기사 선정, 내년 창간 10돌 행사에 대한 제안 등 어느 기보다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첫 회의에서는 478호 표지이야기 ‘쿨에 살고 쿨에 죽는다’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위원들은 ‘쿨함’의 긍정적·부정적 모습까지 거론하며 오랜 시간 토론을 거듭했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매우 신선한 아이템이었고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개인이 외면적으로만 쿨함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좀더 비판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옥자 위원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만 쿨함을 찾아내지 말고 사회의 쿨한 제도와 원칙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독특한 의견을 내놓았다.
10월 한달 동안 지속적으로 실린 파병 관련 기사들에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6기 위원들이 이미 얘기했듯 계속 파병을 물고 늘어져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비전투병 파병을 적극 제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국이 요동친 만큼, 10월에 정치 기사가 표지이야기로 등장하는 횟수가 많았다. 위원들은 기사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차별성 있는 기사가 아쉬웠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또한 지지율 하락의 책임은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에 있다며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는 기사가 필요했는데,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옥자: 478호 사람과 사회에서는 슬로푸드와 쓰레기 0%에 도전하는 정토회관 건물의 실험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적나라한 화장실 샤워기 사용 사진이 재미있었다. 이인영을 다룬 스포츠 기사는 이인영의 현재 입장, 상황, 생각들을 간단히 잘 스케치했다. 그런데 그녀의 미래에 대한 초상이나 한국 여자 권투계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 더 듣고 싶었다. 479호 특집 ‘군인들의 성욕’은 일단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병영 내 여자친구의 출입이 자유로운 영국 등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빈곤한 논지를 마친 것 같다. 남성 성욕 배출의 도구가 되기 위해 군인을 남자친구로 둔 여자들은 병영까지 면회를 가야 하는 건가 기자가 뛰어든 세상 전두환 동산 경매 참여기도 재미있는 기사였다. 480호 ‘스포츠맨십, 세이브 실패!’를 읽고 의아했다. 김병현이 뭐 그리 잘못한 것일까? 그의 행동이 정치적이진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의 평판에 목숨을 걸어야 하나? 481호 특집 ‘굶주린 검찰, 끝없는 식욕’은 기사가 전달하려는 바를 적절한 완급조절로 잘 구성했다는 느낌이다. 문화면은 언제나 소박한 재미가 느껴진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의 역사, 인물, 행사 등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김종옥: 479호의 ‘호남빅뱅’은 아마 말이 많을 듯싶다. 표지에서 ‘빅뱅’ 운운하는 것이며 손에 든 방망이며 붉은 작업복은 분명히 다분히 선정적인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은호 군대 내 성문제를 다룬 특집은 가려운 곳을 들추기만 하지 말고 여러 계층의 진단과 해결책을 깊이 있게 제시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481호 ‘예컨대’에서 청소년에게 주는 글쓰기 주제로 스와핑을 제시했는데, 좀 무리 아닌가. 청소년이 지금 스와핑에 대해서까지 진지한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 같은호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에게 ‘다름’을 가르치라고 한마디 했는데, 거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집중적으로 얘기했으면 한다. 이 시대와 앞으로 올 시대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여러 공동체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의 꿈과 준비와 시작을 다루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유기농 농산물을 먹는 사람들에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환경과 ‘더불어 삶’을 생각해서 실천하는 사람들이고, 하나는 ‘먹는 귀족’들이다. 서울 대치동의 고급 유기농산물 매장에 오는 주부들은 무공해 세제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제 유기농 매장들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박운양: 480호에 특집1 ‘조사도 못하는 나라!’는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꼭 짚어주어야 할 부분을 언급했다. 기사는 단순히 모술조사 시간이 ‘45분이냐 6시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비합리성과 폐쇄적 관료주의를 설득력 있게 비판하였다. 481호 이슈추적 ‘13만5천원, 그 잔인한 대가’는 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 기사라고 본다. 노조 간부들의 손해배상 및 임금가압류 조치는 이미 도를 넘어섰음에도 정부의 어설픈 대처로 인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는 화약고와 같다. 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성역 없는 까발리기와 대안 찾기’라고 본다. 현재 남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이슈가 될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의 종교상황이다. 물론 대단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사제그룹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이지현: 피터 아넷 종군기자의 바그다드 통신은 이라크 현지 소식을 전하는 많은 기사와는 단연 차별되는, 전문가가 직접 뛴 생생한 글로 많은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 특히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사람이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바그다드의 신랑신부 이야기는 가슴이 찡했다. 마이너리티 ‘줌마족’의 이야기를 읽고 역시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려운 가운데 회원들간의 끈끈한 연대의식을 무기로 열심히 활동해가는 줌마민족네트워크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480호 아시아의 모계사회 기획은 신선했지만 왜 그쪽 지방에서는 모계사회가 정착되었는지 문화인류학적 혹은 역사적 설명을 앞서 해주었더라면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삼성플라자 노동조합의 실패 소식은 가슴이 아팠다. 다시 한번 각 사업장의 노동조합에 대한 기사를 다루어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481호 ‘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장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 실업계 고교 청소년들, 학교를 나온 자퇴·퇴학 아이들, 화교학교 청소년들, 비인가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 등 일반학교 청소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소외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경택: 479호 표지 화보(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노무현)는 실제 기사 내용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도 중요하지만 표지 편집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같은호 ‘군인의 성욕에 관한 보고서’를 참 관심 깊게 읽었다. 480호에서는 ‘조사도 못하는 나라’가 시의적절한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우리의 가장 당면한 현안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언급돼야 한다. 481호 ‘누가 나라를 말아먹는가’는 앞서 479호처럼 표지 기사와 표지 편집 화면이 주제의 의도와 적절하게 부합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굶주린 검찰, 끝없는 식욕’은 실제 기사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왜곡할 소지를 다소 지닌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새만금 문제와 위도 핵폐기장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과정을 정리하고 이의 대안 제시가 있었으면 한다.
백정필: 478호 정치 ‘당신들은 왜 남아 있는가?’를 읽고 신당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신당 지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신당이 낡은 정치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당에 가 있으면서 몸은 계속 민주당에 남아 있는 7명의 전국구 의원들도 구태 정치의 한 표상일 것이다. 기사에서 이들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늦게나마 이들이 탈당했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480호 아시아의 모계사회에서 남국의 풍광이 담긴 사진은 아주 반갑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신선함은 글을 읽으면서 조금 빛이 바랬다. 좋은 사진에 비해서 무척 두서없고 논리도 서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책에세이’가 늘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가 문인 위주다 보니 소개되는 책이 문예물에 치우친다. 경제·과학·실용서 등도 폭넓게 다뤄줬으면 한다.
김성훈: 481호 ‘여학생들, 학교다니기 짱난다’를 읽으면서 그동안 남자로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과거에 비해서 양성평등 정도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세상의 ‘절반 이상’이 무관심한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지속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478호 세상보기 ‘졸속, 국정감사’가 좋았다. 사진만 보아서는 이것이 ‘쉬는 시간’인지 아니면 ‘정말 국정감사’ 중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정말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면 이거야말로 국정감사가 아닌 ‘국정조사’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호 경제면의 ‘홈쇼핑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는 이민상품의 폐해를 좀더 적극적으로 지적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가치판단은 배제한 것 같다. 479호 청년실업 문제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대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의 의견이나 복안을 들어볼 필요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481호 검찰 관련 기사는 왜 ‘굶주린 검찰, 끝없는 식욕’이라 제목을 뽑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선정적이지 않나. 후속 기사인 ‘누구든 족쳐라!’도 좀 그렇다. ‘외로움’을 다뤄줬으면 한다. 왜 사람들은 유독 가을에 더 외로워할까? 무엇이 우리를 외롭게 하는가. 외로움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을 다양하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
조일억: 478호 사람과 사회 ‘교무실 컴퓨터를 켜지 마라’를 인상 깊게 읽었다. 을 보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좋은 기사. 그런 기사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479호 표지이야기 ‘노무현, 호남빅뱅’은 솔직히 별로 빅뱅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는 아닌 듯싶다. 너무 자극적인 표지 그림과 표제는 기사 내용을 반감할 수도 있다. 480호 보도 그 뒤 ‘삼성 노조, 다시 쨍그랑!’을 읽고 삼성의 비이성적 행태를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들을 보고서는 놀랐다. 몇개 되지 않는 관련 게시물의 의견이 “왜 자꾸 노조를 만들려고 하나? 삼성 정도로 직원들에게 잘해주면 됐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였다. 더 놀라운 건 그에 대한 반대의견이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81호 특집2 ‘파병, 최악의 시나리오가 탈고된다’는 북핵과의 상관관계, 인도의 사례 비교, 피터아넷의 이라크 현지 이야기 등으로 체계적으로 짜임새 있게 정리된 기사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이 기사가 표지이야기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지영: 종군기자 피터 아넷의 바그다드 통신은 좋은 기획기사다. 그러나 한국반전평화팀도 현재 이라크에 가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소식도 함께 전해주었으면 더욱 좋겠다. 478호 사람과 사회 ‘교무실 컴퓨터를 켜지 마라’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정보인권의 사각지대임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교육행정종합정보시스템 (NEIS) 문제와 연계해서 다루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한다. 479호 특집 ‘사병의 성을 허용하라’는 우리 나라 남성의 왜곡된 성문화가 군대를 통해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지적한 기사다. 같은호 경제면에서는 삼성 이재용씨의 세습과 청년실업 문제를 다루었다. 두 기사가 적절한 대비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같은호 이슈추적 송두율 문제를 읽으며 국가가 개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 예를 들어 가수 유승준의 경우 등 여러 사안들을 모아 정리해보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나라의 예도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한다. 480호 특별대담 ‘사파티스타 투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관심 있게 읽은 기사다. 그러나 ‘사파티스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수준의 대담이었던 것 같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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