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61) 시스템사회운동 대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우익 논객으로 알려진 그가 요즘 ‘좌익’이라는 색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DJ를 빨갱이라고 공격했던 그가 DJ와의 인연 때문에 빨갱이라고 공격당하는 아이로니컬한 형국이다. 그것도 한때의 동지들에 의해서….
‘파아란’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최근 이른바 몇몇 ‘우익 사이트’를 돌며 지씨를 비난하고 있다. ‘파아란’이 문제 삼는 것은 지씨의 ‘석연치 않은’ 행적과 저술활동이다. 지씨는 1995년 10월 당시 아태재단 김대중 이사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국제회의에서 ‘연설까지’ 했다고 한다. 송두율 교수가 북한에 편의를 제공받은 것이 문제가 됐듯, DJ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그리고 97년에는 이라는 저서를 통해 북한의 고려연방제 정책을 지지하고 남북한의 상호주권을 인정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안티지’라는 네티즌도 “그는 언제고 다시 좌익의 우두머리와 연결될 수도 있는 잠재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몰아부쳤다.
사실 지씨는 95년부터 99년까지 정치·사회분야에서 개혁적 주장을 펴던 논객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수구 성향의 글을 쓰기 시작한 그를 보며,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곤 했다. 그 시절의 추억이 결국 ‘보수의 세계’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일까.
‘파아란’이라는 네티즌은 중년의 가정주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씨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씨가 ‘국민의 함성’이라는 보수정치인 당선운동 비정부기구(NGO)를 조직하자, 한 인터넷 신문 발행인 배아무개씨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배씨 편을 들며 지씨를 집중 난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논쟁은 일견 코미디 같지만, 당사자들끼리는 매우 심각하다. 지씨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www.systemclub.co.kr)을 통해 “배후세력이 있다”며 명예훼손 소송에 나설 뜻을 비쳤다. 파아란은 자신의 홈페이지(cafe.daum.net/paaranhome)에 “지씨는 우익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는 글을 쉼없이 올리고 있다.
이번 논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경구가 떠오른다. 그러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은 “소모적 논쟁이 노무현 정권에게만 도움을 줄 뿐”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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