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이중생활이니, 혼전동거니 하면서 사랑법이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베트남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베트남 사회도 남녀 가릴 것 없이 유행처럼 스릴 넘치는 또 하나의 사랑을 꿈꾸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을 이용하듯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랑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한 음악인이 있다.

떤꾸옥(59)은 원래 트럼펫 연주자로 베트남에서 명성을 떨치던 인물이다. 그러던 그는 이제는 단지 한해에 두세번 정도만 트럼펫을 잡게 되었다. 그를 찾는 많은 팬들은 가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와 트럼펫을 연주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하지만 이들이 늘 듣게 되는 건 트럼펫 연주뿐이지 아무도 그에게 특별한 곡을 요청하거나 비난을 퍼붓지도 않는다. 사실 떤꾸옥의 가장 열렬한 팬은 바로 자신의 부인이었다. 25년 전 불의의 사고로 부인을 땅에 묻은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멀쩡했던 시력을 완전히 잃는다. 트럼펫을 버렸던 그가 1년에 두세 차례 다시 트럼펫을 잡는 날은 부인이 몹시도 그리운 날이다. 트럼펫 연주를 듣는 많은 이들은 그의 기구한 운명을 함께 슬퍼한다. 더러는 연주 도중 가슴이 미어터져 더는 참지 못하고 카페 밖으로 뛰쳐나간다.
부인을 잃은 지 25년이 흘렀건만 표정은 여전히 마치 며칠 전에 부인과 헤어진 듯 상심이 가득하다. 상심조차 행복일 수 있을까. 비록 영혼 속에서나마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영원히 머물며 정녕 지워질 수 없다면 아름다운 사랑이라 부를 수 있겠다. 사랑싸움하는 부부들과, 사랑의 맹세와 이별을 반복하는 연인들이 언제나 넘쳐나기에 그의 작은 ‘사랑의 음악회’는 가끔 열리지만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트럼펫 연주 앞에서 맹세한 사랑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다는 전설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호치민=글·사진 하재홍 전문위원 vnrou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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