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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신문의 ‘더불어 살기’

등록 2002-08-21 00:00 수정 2020-05-02 04:22

한국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전국신문은 전국뉴스를 다룬다고 표방하지만 주로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들만 뉴스화한다. 언론뿐 아니라 권력·인구·경제 등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남 당진에서 차를 몰며 라디오를 틀 때면 시간마다 서울의 교통상황을 전해들어야 한다. 당진이 중앙신문에 등장할 때는 한보부도·수해발생 등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뿐이었다.
독일은 철저히 지방분권화가 되어 있어 우리처럼 중앙을 ‘숭배’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그들에게 전국신문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뉴스에 더 관심을 갖는다.
독일에서는 400여개의 지역신문이 발행된다. 독일 전체 신문 발행부수의 93%이다. 또한 가독인구의 80%가 지역신문을 읽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독일의 지역신문은 주민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지방자치정부의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자임한다. 또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같은 지역의 경쟁사와 편집과 영업을 제외한 인쇄와 배달업무 등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한국의 중앙신문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하며 윤전시설의 과잉투자 등으로 고정비의 과다부담을 떠안고, 독자 확장을 위해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상황과 너무나 대비된다.
경쟁지를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 신문시장의 ‘제 살 깎아먹기’식 관행과 함께 살기 위해 경쟁지의 기본 생존권을 확보해주는 독일 신문시장의 ‘더불어 살기’ 관행은 방문단에게 적지 않은 교훈과 감동을 주었다.

손은영/ 기자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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