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배송 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과로사한 택배기사가 고 정슬기씨 말고도 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11월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던 50대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 택배기사 ㄱ씨가 2024년 7월24일 심근경색으로 숨졌고,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ㄱ씨는 사망 사흘 전인 7월21일 오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다 숨졌다. 2024년 5월 정슬기씨가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사망한 지 2개월 만에 같은 죽음이 반복됐던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ㄱ씨가 (심근경색)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1시간45분이고, 업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 야간근무가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상병 발생에 있어 업무적 부담 요인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ㄱ씨 유족이 신청한 유족급여 지급을 승인했다.
ㄱ씨의 노동강도는 정슬기씨만큼 심각했다. 2023년부터 택배기사로 일한 ㄱ씨는 숨지기 두달 전인 2024년 5월부터 쿠팡 영업점 ㅁ업체와 계약을 맺고 새벽배송을 위한 야간고정 택배기사로 근무했다. 주 6일, 밤 9시께 쿠팡 캠프로 출근해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평균 237개의 물품을 배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정서에서 유족 쪽은 “(ㄱ씨가) 별도의 식사나 휴식시간 없이 근무했다”고 밝혔다. 또 “일반 택배회사 대부분이 30㎏ 이상 상품 취급은 제한됐으나, 쿠팡의 경우 쿠팡에서 파는 물건은 ‘무조건 배송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ㄱ씨의 업무시간은 심근경색 발병 전 4주 동안 평균 주 62시간42분, 12주 동안 평균은 주 61시간45분으로 조사됐다. 업무상 질병을 판단할 때 업무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야간노동의 경우 30%를 가산해 계산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시에 따라 뇌심혈관 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평균 주 60시간 또는 발병 전 4주 동안 평균 주 64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환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ㄱ씨처럼 쿠팡에서 새벽배송을 했던 정슬기씨 역시 발병 전 12주 동안 평균 주 73시간21분을 일하다가, 심실세동·심근경색으로 숨졌다. 당시 질판위는 정씨가 주 6일 야간고정으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며, 배송 마감시간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 상태로 일했다는 이유로 정씨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했다.
박홍배 의원은 “쿠팡의 장기간 고정적인 고강도 야간노동이 만든 비극”이라며 “이런 현실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반성 위에서 야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원청 택배사의 눈치를 본 대리점들이 과로사 발생 사실을 숨기거나, 합의를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며 “쿠팡 등에서 알려지지 않은 과로사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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