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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파면 전후’ 박성재 장관실 PC 교체 및 하드 파기

윤석열 탄핵 선고 임박한 3월, 법무부 장관실 피시 3대 교체된 정황
등록 2025-11-04 09:22 수정 2025-11-04 09:46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025년 10월1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025년 10월1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윤석열 탄핵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당시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성재 법무부 장관실 피시(PC)가 교체된 사실이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드러났다. 박 전 장관이 직무에 복귀한 뒤인 2025년 5월에는 장관실 피시 하드디스크가 파기된 사실도 특검팀은 확인했다. 특검팀은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의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고 조만간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2025년 11월3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검팀은 윤석열 탄핵 선고(2025년 4월4일)가 임박한 2025년 3월 법무부 장관실 피시 3대가 교체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2024년 12월12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당시 박 전 장관은 직무정지 상태였으며, 장관 부재 상황에서 누군가의 지시로 돌연 장관실 피시가 교체된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탄핵 뒤인 2025년 4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장관직에 복귀했다. 이어 2025년 5월께 전문업체는 법무부 장관실 피시의 하드디스크를 천공(구멍을 뚫음) 방식으로 파기한 사실도 특검팀은 파악했다. 윤석열 파면 결정 전후에 법무부 장관실의 피시가 교체되고 하드디스크가 훼손된 셈이다.

특검팀은 이런 작업이 박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대기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교체된 장관실 피시에 그가 계엄 관련 검토 문건이나 검색 기록 등이 다수 남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밤 11시30분 무렵부터 30분가량 정부과천청사에서 국·실장 회의를 진행한 뒤 이튿날 새벽 4시27분 대통령실에서 열린 계엄 해제 국무회의 참석하기 전까지 장관실에서 줄곧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2025년 10월9일 법원에 낸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 전 장관이 계엄 직후 구치소 수용 여력 현황을 보고받은 뒤 삭제하고 장관실 피시·하드 등을 교체한 정황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박 전 장관 쪽의 해명을 받기 위해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2025년 10월15일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법무부 추가 압수수색 등에 나선 특검팀은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계획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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