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잡이배 ‘금성 135호’ 침몰로 실종된 선원 10명을 닷새째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어선 조난자 위치발신장치’를 아직도 도입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6년째 이 제도를 ‘도입 준비’만 하고 있다.
2024년 11월12일 한겨레21 취재를 종합하면, 해양수산부는 2018년 6월부터 도입을 준비한 ‘어선 조난자 위치발신장치’를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선원들에게 보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10억원도 안 되는 예산이 소요될 뿐인데도, 수년째 장치 개발·보완을 반복하며 시일을 허비한 탓이다.
앞서 11월8일 새벽 4시31분께 금성 135호가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2㎞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선원 27명 가운데 15명이 구조됐다가 2명이 숨졌고, 12명이 실종됐다. 이후 해양경찰의 수색에서 실종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11월12일 현재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10명이다.
조난자 위치발신장치는 선원들에게 지급하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GPS)로, 물에 닿으면 조난자 위치를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에 바로 알려준다. 지금은 선박만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놔 조류에 휩쓸린 선원들 위치는 알 수 없다. 만약 선원 개개인이 손목시계나 구명조끼 등에 GPS를 달고 있으면 실종자 수색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부산시에서도 그 필요성을 감안, 2012년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가 장치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건 2018년 6월이다. 1억7천만원을 들여 기초 연구를 시작했고 이듬해인 2019년 1억5천만원을 들여 시제품도 만들었다. 그러나 2020년 예산이 없어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2021년 예산 2억원을 받아 통신망과 연결하고 2022년 시범 운영을 했다. 그러나 송신 거리가 짧다, 손목시계형은 불편하다 등 민원이 들어오자 다시 수정을 거쳤다. 2차 시범 운영은 2024년에야 마무리됐다. 인명 구조에 필요한 장치 개발이 차일피일 늦어진 셈이다.
조난자 위치발신장치는 어선 사고 때마다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양경찰청의 소위 ‘맨눈 수색’이 원초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탓이다. 2023년 2월 5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어선 청보호 침몰 때도 실종자 수색에만 7일간 7억원이 소요됐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도입이 너무 늦다’고 질타하자 해양수산부는 부랴부랴 계획을 냈다. “2024년 3월까지 시범 운영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현장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일정이 밀려 실제론 2024년 8월에야 시범 운영이 끝났다. 2025년부터 도입하겠다던 계획도 ‘2025년 상반기 중 도입’으로 다시 한 번 밀렸다. 그나마 선원 모두에게 장치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자에 한해, 구매비용 60%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는 식이다. 이마저도 구명조끼, 자동소화기 등 영세 어업인을 지원하는 안전 장비 예산 품목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조난발신장치 성능 향상을 하느라 시일이 걸린 것”이라며 “한국전파연구원과 기술표준 협의가 마무리되는대로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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