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20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총회재판위원회(위원장 조남일 목사)가 항소를 기각하는 선고를 내리며 정직 2년의 징계를 확정할 때, 이동환 목사는 재판 기간에 담임목사 직임이 정지된 상태에서 이미 2년을 보냈으므로 징계를 다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8월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베푼 뒤 감리회 헌법인 ‘교리와 장정’ 재판법 제3조 8항, ‘동성애를 찬성·동조하는 행위’에 저촉된다며 고발당한 뒤로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일상을 회복해갔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담임목사의 재판을 겪으며 목회적 돌봄을 받을 수 없었음에도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교단에 맞서 함께 싸워왔던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은 재판과 징계가 모두 끝난 것에 기뻐하며 예배를 회복하는 데 힘썼다. 담임목사가 설교할 수 있고, 성찬을 집례할 수 있고, 세례를 베풀 수 있었다. 또한 이 재판과 투쟁을 계기로 만든 ‘한국 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를 통해 동환은 한국 개신교가 자행하는 성소수자 혐오에 도전하는 퀴어-앨라이(성소수자 인권 지지자) 운동을 이어나갔고, 나는 반성매매운동에 매진하며 일상을 가꿔갔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평안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22년 11월16일, 상대를 교단에 고발하기 전 절차인 ‘권면서’가 날아들었다. 동환이 감리회를 모함하고 악선전했으며, 교회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했고, 동성애를 찬성하고 동조했으며,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유기했으니 회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23년 3월11일, 동환은 목사와 장로 11명으로 구성된 고발인들에 의해 재차 감리회 경기연회(감독 박장규)에 고발당했다. ‘허위 사실 유포’와 ‘교인 간 분열 조장’까지 추가한 죄목이었다. 감리회에서 누군가를 고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재판 기탁금 700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목회자를 고발하는 일에 7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절망했다.
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일종의 검찰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회가 동환을 불러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은 앞서 2년 정직 판결을 받았던 재판 때 동환을 고발한 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 김문조 목사였다. 앞 재판에서 동환을 고발한 당사자가, 이번에는 검사 자격으로 동환을 불러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회는 곧바로 세 가지 항목으로 동환을 기소해 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동환이 포럼이나 인터뷰 등에서 “한국 교회가 하락세를 겪기 시작한 것은 교회 내부의 도덕적 문제 때문”이며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의 인권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고 말한 것이 교회를 모함하고 악선전한 것이고,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단에 항거”한 것이 교회의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만든 일이며, 2년 정직이라는 징계에도 퀴어문화축제에 가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부스를 설치한 것은 ‘동성애 찬성과 동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마저도 어떤 행위가 범과에 해당하는지 기재하지 않고 적용 조항만 적어 보낸 ‘백지 기소장’이기 때문에, 우리 변호인이 항의한 끝에 정확한 내용을 받아볼 수 있었다. 시작부터 절차가 무성의했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위원장 박인환 목사) 공판은 2023년 6월27일 시작해 네 차례 있었으나, 네 번 모두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고발인 쪽 이의제기로 재판위원장이 교체됐고, 심사위원회 단계에서 절차적으로 치명적인 하자가 발생한 것을 뒤늦게 인지했다. 감리회 재판법상 동환을 고발한 고발인과 기소한 심사위원이 같은 지방회(연회보다 작은 단위로, 경기도보다 작은 부천시·안양시 정도의 행정단위로 볼 수 있다)일 경우 해당 심사위원에 대한 제척 사유가 된다. 자격 없는 검사가 기소한 셈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심사위원회는 기소를 취하하며, 고발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재기소를 위한 절차적 간편성과 비용 처리 면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해달라고 읍소까지 했다. 이렇게 네 번의 공판 끝에 공소가 기각됐다.
애초에 동환과 나는 두 번째 재판에 임하며, 우리의 마음가짐을 점검했다. 이전 재판의 지난한 투쟁 과정을 복기하면서, 재차 고발해 재판을 걸어오는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집요함에 치를 떨었다. 그러고는 이 운동에 힘을 모았던 동지들을 만나며, 이번에 우리는 면직도 각오하겠노라고, 피하지 않겠으니 다시 한번 함께 싸워보자고 설득했다. 동시에 교계가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그 영향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리고, 감리회의 차별적인 법과 문화를 바꿔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로 했다.
우리는 릴레이 기고를 기획해 인터넷 언론매체와 협의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용을 다툴 기회도 없이 절차 하자로 공소가 기각되니 허무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 번 공소가 기각된 사안으로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거나 죄목이 변경되지 않는 한 재기소할 수 없다는 법적 원칙에 따라, 우리는 이 재판이 또다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기각된 재판이 부활했다. 원칙대로라면 고발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심사위원회는 지난 고발의 사건번호를 그대로 살려 동환에게 화해조정위원회와 심사위원회 출석을 통지했다. 우리는 불법적인 상황에 항의하며 위원회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보이콧했으나, 심사위원회는 9월19일 동환을 같은 죄목으로 재기소했다. 만약 종전과 같은 고발의 사건번호를 적용한다면, 두 달에서 한 번 연장해 15일의 추가 기한 안에 판결해야 하는 교리와 장정 재판 기간의 조항에 어긋나므로 해당 재판부를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우리의 이의제기에도 재판위원들은 ‘절차적 이의제기도 모두 포함해 우리가 판단하겠다’며 재판을 강행했다. 그 와중에 경기연회 사무국의 행정적 잘못으로 무산되는 공판이 두 번이나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안양에 있는 경기연회 본부까지 달려온 변호인단과 연대자들은 때마다 곤욕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공판 날에는 증인심문이 있었다. 고발인 쪽이 증인 두 명을 먼저 신청했는데, 두 인물 모두 퀴어문화축제 등 동환의 활동 현장에 있지 않았고 직접 당사자가 아닌데도 인터넷으로 소식을 봤다며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심문은 더 이상했다. 우리 쪽에서는 영광제일교회 교인과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모임’(차별너머)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이 증인심문을 검사 격인 심사위원장이 하지 않고 고발인의 법적 대리인이 진행했다. 고발인의 대리인은 심문 자격이 없다고 항의했으나, 법률인 자격의 재판위원(진영탁 변호사)이 교회재판의 특수성을 이유로 들며 강행했다.
고발인 쪽의 증인심문 내내 우리는 동성애·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기반한 말들, 그리고 동환을 향한 인격적인 모독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어떤 질문이 나오든 증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했고, 재판위원장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마치 반동성애 혐오 집회에 붙들려 있는 기분이었다.
또한 이날은 이상하게도 고발인 쪽 연대자들이 호전적이었다. 보통 재판날 피케팅을 하면, 상대쪽과 우리 쪽은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날은 우리가 지나갈 때 고발인이 직접 동환의 얼굴에 대고 “이동환 목사 회개하라”고 외치거나, 우리 연대자들과 몸을 부딪치고 실랑이를 벌였다. 더구나 우리가 대기하는 장소에 ‘회개하라’는 피켓을 깔아두고, 그 곁에 가까이 서서 피케팅을 했다. 무척 불쾌하고 위협적이었다. 피케팅은 공정하게 판결해달라는 취지에서 재판위원들을 향한 것이었는데, 이들은 갑자기 우리를 공격했다.
12월8일, 선고 공판이 있었다. 정직 2년을 선고받던 지난 연회 재판 때는 코로나19로 방역이 예민할 시기였는데도 재판 장소로 큰 교회를 마련해 방청인과 취재진이 모두 들어오게 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선 공판 내내 변호인을 포함한 참석자 수를 제한하더니, 마지막 선고 때도 인원을 제한한 것은 물론 취재진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몇몇 기자가 항의하자, 고발인 쪽에서 “재판위원장님이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면 따르세요” 하고 외치는 진풍경까지 펼쳐졌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A반 위원장 박영식 목사)는 심사위원회의 구형대로 동환에게 출교를 선고했다(그마저도 판결문을 생략해 읽어서, 문서를 받기 전에는 어떤 범과가 인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출교란 목사직뿐 아니라 감리교인 자격도 박탈해 교단 밖으로 내쫓는 교회법상 최고형이다. 감리회에서 교리 문제로 인한 출교 판결은 1992년 고 변선환 전 감리교신학대 학장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우리는 곧바로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항소 의지를 밝힌 뒤 재판비용 모금에 들어갔다. 교리와 장정상 재판비용이 최대 700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우리는 패소비용 700만원과 항소 기탁금 700만원을 모두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고 뒤 2주 안에 모든 비용을 내야 항소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서둘러 모금계좌를 열고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항소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인 12월18일 오전에 받은 공문에는 우리가 물어야 하는 1심 재판비용이 ‘28,643,532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세부항목 없이 날짜로만 비용이 기재됐는데, 이미 공소가 기각된 재판의 비용과 연회 사무국의 잘못으로 무산된 재판의 비용까지 모두 청구됐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규모의 비용 청구에 놀라고 분노했다. 바로 세부내역 청구와 함께 비용 총액에 이의를 제기하는 문서를 발송하고, 예정한 기자회견을 했다.
12월18일 오후 2시,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포부를 밝히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그러나 두려움은 폭력을 부르나, 용기는 사랑을 초대한다.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히지 말고 용기 내어 차별과 혐오에 깊이 물든 교회에 저항하라. 그들이 신앙의 언어를 불순하게 독점하며 종교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아내고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 환대와 은총을 더 강력하게 실천하자. 이것이 새로운 시대와 교회를 향한 예수의 사명이다.” 동환의 출교 소식에 분노한 많은 사람이 기자회견과 뒤이어 진행된 예배에 함께했다. 이동환 공동대책위는 교단 재판 외에, 지난 정직 2년 판결 재판에 대한 징계무효 소송과, 이번 출교 판결 재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랑조아(김은선) 믿는페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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