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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단 추적이라는 ‘몸부림’을 친 이유는

[21토크] 펜의 민낯
등록 2023-03-17 15:09 수정 2023-03-18 01:05
<한겨레21> 1453호 표지

<한겨레21> 1453호 표지

문재인 정부 때 한겨레신문 사회부에서 법조에 출입하면서 서울중앙지검 ㄱ차장검사와 저녁을 먹은 일이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 법조기자도 5∼6명 더 있었습니다. ㄱ차장검사가 “남자와 여자는 각각 사냥하거나 바느질하면서 오랫동안 서로 다르게 진화해왔다”는 식의 얘길 꺼냈습니다. “극우 기독교 목사나 하는 얘기를 기자들 앞에서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옆에 있던 ㄴ부장검사가 “법조 출입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저에게 항의했습니다. 별다른 ‘여진’ 없이 자리가 마무리됐습니다.

법조기자는 ‘6년근 홍삼’이라고도 불립니다. 6년은 출입해야 제대로 된 법조기사를 쓸 수 있다는 의미일까요. 사실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는 취재도, 취재원과의 관계 형성도 어렵습니다. 검사에게 한마디 듣기 위해 전화를 돌리고, 사무실 문을 수시로 두드려야 합니다. ‘판사 갈 성적이 됐지만 검사가 됐다’며 20년 전 사법연수원 때 성적을 들먹이는 사람들을 상대로 신뢰를 쌓고 속 얘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간혹 친밀하고 좋아하는 검사도 생기게 됩니다.

‘검사의 한마디’를 듣고 취재한 기사가 특종이 될 때가 있습니다. 특종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큰 반향이 일고 일주일 이상 후속보도가 이어지는 ‘특종’. 둘째, 다른 언론사 대부분이 따라 쓰는 ‘단독’ 기사. 셋째, 다른 언론들은 보도하지 않고 우리만 혼자 쓰긴 했는데 세상 관심 없는 ‘홀로’ 기사. 넷째, 제목에 ‘단독’이라 붙였지만 ‘뭐 이런 걸 가지고 단독이라고’ 말이 나오는 ‘독단’ 기사. 이런 네 가지 특종에는 ‘검사의 한마디’가 취재의 큰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법조기자의 취재 관행을 제1453호 표지이야기로 살펴봤습니다.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대장동 개발업자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과 <한겨레> 등 여러 언론사의 전직 법조팀장 사이의 돈거래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법조기자단’이 이 돈거래 사건의 토양이 아닌지를 추적해봤습니다. 그 뒤 <미디어오늘>도 3월15일치 1면 머리기사(‘김만배 지우려면 법조기자단 취재 구조부터 바뀌어야’)에서 “언론계가 김만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검사의 말 한마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법조 취재 구조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책임 회피 아니냐’는 독자 반응도 많았습니다. 법조팀장 출신 한 방송사 기자는 “<한겨레> 윤리 문제가 핵심이다. 그간 <한겨레>가 기사만 윤리적인 것처럼 쓰면서 기자들은 비윤리적으로 살아도 ‘괜찮겠거니’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법조기자 핑계 대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같이 옳은 지적입니다. 목소리가 기어들지만, 목청 다듬고 말씀드립니다. ‘<한겨레>를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이니 끝까지 지켜봐주십시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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