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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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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이상민, 장관 이상민을 탄핵하다

2021년 이상민 변호사 “해경 수사에 해수부 장관 지휘 안 된다”
2022년 이상민 장관 “경찰 수사는 행안부 장관의 지휘 받아야”
등록 2023-02-17 21:05 수정 2023-02-19 15:58
2022년 7월1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 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는 경찰 제도 개선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2년 7월1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 청장 지휘 규칙을 제정하는 경찰 제도 개선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3년 2월8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변호사 시절, 해양경찰청의 수사는 해양수산부(해수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장관 취임 뒤 스스로 추진한 ‘행안부 경찰국 설치’나 ‘경찰청에 대한 수사 지휘’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최근 <한겨레21>은 2021년 4월 이상민 당시 해경 자문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입수했다. 이 의견서는 해경이 이상민 등 당시 해경 자문변호사 4명에게 ‘해경의 수사가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지’를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당시 해경은 ‘정부조직법과 관련 법률’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라는 두 측면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해경은 국회 입법조사처의 요구에 따라 이 문제를 검토했으며, 그 결과도 국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조직법상 ‘해수부-해경’과 ‘행안부-경찰’의 관계는 같은 구조로 돼 있다. 해경과 경찰은 각각 해수부·행안부 장관의 소속 기관으로 돼 있다. 그러나 해경의 ‘경찰 사무’와 경찰의 ‘치안 사무’는 각각 해수부·행안부 장관의 소관 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2021년 이상민 변호사와 2022년 이상민 장관의 의견을 서로 비교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예방과 안전 관리 무책임 등 사유로 국무위원으로서는 역사상 처음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헌법재판소는 2월13일 이 사건을 이종석 재판관에게 배당했으며, 헌재의 탄핵 여부 결정은 탄핵 뒤 180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1. 해경(경찰)의 수사는 장관의 소관 사무?

2021년 4월 이상민 해경 자문변호사는 ‘해수부-해경’의 소속 관계와 소관 사무와 관련해 “정부조직법 제43조에 해수부 장관의 소관 사무에 해경의 고유 사무인 ‘경찰’(수사)이 포함돼 있지 않고, 해경이 단순히 해수부 장관 소속으로 돼 있을 뿐이다. 해경의 경찰 업무는 해수부 장관의 지휘,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2022년 6월27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의 수사와 관련해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정부조직법 제34조 1항에서) 행안부 장관의 관장 업무에서 치안 업무가 빠진 것이 아니다. 별도의 항(제34조 5항)을 만들어서 치안 업무는 경찰청을 통해서 관장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는 “해수부 장관의 소관 사무에 ‘경찰’(수사)이 없다는 변호사 이상민의 의견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에서 치안(수사) 사무가 빠졌는데도 이를 관장하겠다는 장관 이상민은 위법적이다”라고 말했다.

2. 해경(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는 누가?

이상민 변호사는 해경의 수사에 대한 지휘와 관련해 “해경의 수사는 해수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경의 경찰(수사) 업무는 (…) 준사법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다른 행정기관보다는 법률에 엄격하게 구속돼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고 국민과 정치권력, 법원에 의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2년 7월14일 이상민 장관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전반적인 수사 지휘는 받는다. 예컨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 그럼 ‘수사해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이고 독립적인 행정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남근 개혁입법특별위원장은 “권한이 없는 해수부·행안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해선 안 된다. 해경과 경찰의 수사 업무는 독립적·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 경험했듯 경찰이 정권에 종속되면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3. 해경(경찰)에 장관의 지휘, 감독권 있나?

이상민 변호사는 소속과 지휘·감독에 대해 “해경이 해수부의 소속으로 편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해수부의 지휘, 감독을 받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위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2년 7월25일 이상민 장관은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총리를 거쳐 (…) 각 부 장관을 통해서 행정기능을 수행하도록 명하고 있다. 경찰청 역시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경찰청장의 지휘 라인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조직법 제7조 4항에 ‘소속 청에 대하여는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장관의 지휘권은 ‘중요 정책 수립’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4. 해경(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누가?

이상민 변호사는 해경의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해서는 “국회의 통제, 검찰청과 공수처의 견제, 감사원의 감사, 법원의 재판 등 민주적, 합법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 경찰 사무에 전문성이 없는 해수부 장관이 이런 제반 통제 장치보다 해경의 경찰 사무를 더 잘 지휘·감독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2년 7월2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선거로 선택받은 대통령이 구성한 행정부의 소속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는 방안이야말로 전형적인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6월27일에는 “상식적으로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에 대한 지휘, 통제) 권한이 없으면 누구에게 권한이 있나”라고 말했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해경이나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나 재수사 요구로 통제한다. 또 국회나 감사원, 공수처 등 다른 통제 장치도 있다. 그렇게 민주적 통제를 하는 것이지 해수부·행안부 장관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이동옥 대변인에게 이상민 장관의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지금 장관에게 이런 문제를 질문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안부의 임철언 경찰국 총괄지원과장은 “이 장관이 변호사 시절 그런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장관으로서 경찰에 대해 수사 지휘를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다만 법에 따라 수사 관련 정책과 관련해선 일정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공식 답변을 전해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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