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자영업자들이 영수증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배달비가 비싼 ‘배민1’ 대신 일반 배달을 선택해달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남기는 리뷰에 댓글로 같은 내용을 적는 이도 있다. 배달앱에서 목숨과도 같다는 평점을 깎일 각오까지 한 채 배달 수수료 관련 호소와 읍소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식당과 카페 등을 운영하는 업주는 ‘배달앱의 노예’가 됐다고 한탄한다. 최근 배달앱 업체들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배달비와 수수료 부담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22일 ‘배민1’(한 번에 한 건만 배달) 서비스의 수수료 체계를 조정했다. 기존 프로모션 요금제는 중개수수료 1천원, 배달비 5천원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새로 도입한 수수료 체계(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 가운데 업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천원(부가세 포함 66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진다. 업주들은 이전보다 “건당 최소 1천원 이상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쿠팡이츠도 2021년 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중개수수료를 9.8%로, 배달비를 최대 5400원으로 조정했다.
자영업자 처지에선 배달 수수료가 올랐다고 고객 부담액을 섣불리 올릴 수도 없다. 당장 주문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도 달가운 변화가 아니다. 배달 건수마다 가게의 부담이 커지니 최저 주문 금액과 배달비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왜 인상되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배달앱 시장이 독과점 체제다보니 이들 업체는 외부에 산정 방식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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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은 ‘배민1’ 서비스를 탈퇴하는 방법까지 고려하지만 나 홀로 결단하긴 쉽지 않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이미 많은 이가 배달의 편리함과 필수 불가결함을 깨달은 상황에서 어쩌면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중간착취 구조를 만들어내는 각종 플랫폼 앱들에 대해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편리함 뒤에 남는 눈물을 자꾸만 생각해보게 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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