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고향 부산을 찾은 독자분들은 남구·수영구·연제구에 걸쳐 있는 황령산을 잘 아실 겁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덕분에 ‘도심 속 허파’라고 불리지요. 정상(해발 427.6m)에 올라가면 부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조선 시대 세종 7년(1425년)에는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가 설치됐지요. 이런 황령산이 요즘 개발로 시끄럽습니다.
부산시는 2021년 8월19일 황령산에 전망대 등을 갖춘 유원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민간업체인 대원플러스그룹과 체결했습니다. 개발 내용을 살펴보면 2천여억원을 들여 황령산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높이 50m의 전망대를 짓고, 접근하기 좋도록 부산 진구 전포동과 전망대 사이 500m여 구간에 로프웨이(케이블카)를 설치합니다. 복합문화전시홀, 봉수박물관 등 관광문화 시설도 조성한다네요. 또 1조원가량을 투입해 황령산 중턱에 흉물로 방치된 스키돔인 ‘스노우캐슬’을 포함한 황령산 터 23만2632㎡를 유원지 시설로 재개발한다고 합니다.
황령산 개발 시도는 처음이 아닙니다. 1984년 부산시는 황령산에 유원지 개발 계획을 세웠지요. 이후 1997년 민간업체가 온천센터, 스포츠센터, 콘도 등을 지으려고 개발을 추진했다가 환경훼손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과 자금난으로 사업을 시작도 못하고 접었습니다. 이어 또 다른 민간업체가 남구 대연동 쪽 황령산 터 9만9174㎡에 스키돔과 야외공연장을 갖춘 스노우캐슬을 2007년 8월 준공해 운영했지만, 2008년 6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스노우캐슬은 13년 동안 방치됐다가 이번에 부산시와 대원플러스그룹이 이곳을 포함해 황령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꾸미겠다고 발표했지요. 박형준 부산시장은 “환경성을 잘 살리면서 개발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의 환경·시민단체는 부산시에 업무협약 파기를 촉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부산참여연대, 부산환경회의 등 54개 단체는 성명을 내어 “도심의 소중한 산림녹지로서 시민의 허파 구실을 한다. 시민은 지금까지 개발보다 보전을 택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거꾸로 가는 행정이라고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개발보다 생태적 가치의 공공성 커개발이 진행된다면 환경훼손은 물론이고 도심 녹지가 사라져 시민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이런 막개발은 민간업체 배만 불릴 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시민과의 합의 과정도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민간업체와 업무협약 체결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절차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황령산을 비롯한 전체 도시공원의 97% 사수를 천명했던 부산시가 4·7 보궐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다고 전면 개발에 나선 것이 특정 업체의 이익 추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환경·시민단체가 황령산 보존을 외치는 이유는 개발보다 그 생태적 가치의 공공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박 시장이 “환경보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개발이 진행되면 생태적 가치 훼손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발 대 보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산=김영동 <한겨레>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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