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가 돼온 ‘경기도 분도’ 문제가 대선 정국을 맞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낙후한 경기 북부의 발전을 위해 경기북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 북부의 재정력이 취약해 분도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습니다. 경기도 분도론은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 정치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경기북도 분도론’은 인구 1385만 명(2021년 5월 기준)인 경기도를 한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나누자는 주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일찌감치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를 찾아 경기도 분도를 약속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분도가 필요한 이유로 △경기 남·북부의 균형발전 △주민 편의를 위한 생활권·경제권·행정구역 일치 △안보로 희생한 지역에 대한 보상 △한반도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전진기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경기북도를 설치하면 규제완화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고, 생활편의가 향상되고, 재정자립도도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섣부른 분도는 세수 부족으로 경기 북부의 재정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맞섭니다. 이 지사는 “경기 북부는 산업이 약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역내총생산도 매우 적어 남부의 20%밖에 안 된다. 남부에서 세금을 걷어 북쪽에 지출하는 게 많은데 분도가 되면 혜택이 끊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지사뿐 아니라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남·북부의 경제력 차이, 재정 여력 부족,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 등의 이유를 들어 분도를 반대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경기도 분도가 아니라 개헌을 통해 지방행정 체제를 현 3단계(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에서 2단계로 개편해 국가와 기초자치단체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기 북부는 고양, 남양주, 파주, 의정부, 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에 자리한 10개 시·군을 말합니다. 경기북도 분도론이 나온 이유는 경기 북부의 인구 급성장, 남북부 간 지역 격차와 생활권 불일치가 핵심입니다. 2021년 5월 말 현재 경기 북부 인구는 고양 109만 명, 남양주 73만 명, 파주 48만 명, 의정부 46만 명 등 총 35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인접한 접경지역인 김포(50만 명)까지 포함하면 407만 명에 이릅니다. 이는 전국 광역지방정부 가운데 경기 남부(978만 명)와 서울에 이어 세 번째 규모로 부산(337만 명)보다 많습니다. 더욱이 경기 북부는 수도권 새도시와 택지개발 사업이 한창이어서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경기 북부는 접경지역이란 특수성에 더해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중복 규제로 2020년 재정자립도는 28.2%로 남부(42.9%)보다 크게 낮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401만원으로 남부(3969만원)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도청과 교육청, 소방재난본부 등 대부분 광역행정기관은 남부의 본청에 예속돼 인사권이나 예산편성권이 없는 실정입니다.
분도가 성사되려면 지방자치법 제4조에 따라 국회의원 입법시 법률안 발의, 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주민투표, 국회 심의 의결, 공포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국민의힘 김성원(동두천·연천) 의원의 대표 발의로 2건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입니다. 두 법안은 행정구역 분류에서 ‘김포를 포함한 11개 시·군’(김민철)과, ‘김포를 제외한 10개 시·군’(김성원)이라는 차이를 보입니다. 김민철 의원은 “경기 북부가 발전하려면 광역자치 행정의 주체가 돼 독자적인 개발 계획과 효율적인 도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여야 국회의원 31명이 참여한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국회 추진단’이 출범했습니다. 김민철·김성원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김진표·안민석·심상정·윤호중·정성호 의원이 고문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행정안전부가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 2건의 단일안이 확정될 경우,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민투표 성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김민철 의원실이 경기도민 1500명을 여론조사한 결과, 도민의 46.3%가 경기북도 설치에 찬성했고 33.3%가 반대했습니다.
경기 북부 지방의회와 지자체는 지금이 경기북도 설치의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 의정부를 비롯해 양주, 동두천, 포천, 연천, 남양주 시의회는 분도 결의안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경기도는 서울과 한강을 기준으로 도민의 생활권이 분리됐다. 법원과 경찰도 경기 남북으로 분리된 지 오래인데 행정구역 단위인 도만 분리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고양과 파주, 구리 등은 분도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의정부 중심의 경기북도 신설은 경기 북부 최대 도시인 고양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한강 하구를 중심으로 같은 생활권인 고양·파주·김포를 묶어 인구 200만의 광역시를 설치하는 방안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북부 안에서도 시·군별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분위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부산·울산·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를 외치고 광주·전남, 대구·경북, 충남·세종 등은 통합을 추진하는데 경기도만 쪼개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는 이유입니다.
고양(경기도)=박경만 <한겨레>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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