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을 가로질러 전북 고창과 부안 두 지역을 이을 노을대교가 기획재정부의 일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2021년 8월24일 통과했다. 그러자 지역 언론 매체는 환영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북의 한 종합일간지는 누리집에서 ‘노을대교, 17년의 기다림 종지부…제5차 국도·국지도 계획 반영’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인터넷 기사엔 사업에 대한 희망과 이 사업의 관철을 위해 열심히 뛴 정치인을 칭찬하는 댓글까지 10여 개 달렸다.
전북도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 결과 노을대교 등 8개 사업, 1조205억원이 일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광 활성화, 이동 거리 단축을 통한 물류비용 절감 등 지역 발전을 견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또 노을대교가 2020년 예타에서는 경제성 분석이 낮게 나왔으나, 육지의 인접 도로 6㎞ 단축과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착공, 서해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등 사업으로 경제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0년 전 내가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할 때 기획하고 계획을 확정한 노을대교 건설이 마무리돼 소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부안군은 애초 소극적 입장에서 찬성 쪽으로 바뀌었다. 부안군은 “앞으로 새만금방조제 안쪽 매립한 땅에서 열리는 청소년 행사인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와 새만금 신항만·국제공항 건설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가시화했다. 새만금 권역 개발에 따라 관광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이를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창군도 “이번 예타 통과가 침체한 지역경제 회복의 신호탄이길 희망한다. 갯벌과 관련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개발 자제’ 권고가 사실이라면 다리와 갯벌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을대교의 애초 이름은 전북 부안과 고창을 잇는다고 해서 두 지역 이름에서 하나씩 따와 ‘부창대교’로 지었다. 하지만 부안에서 바라본 서해안 노을이 아름답다고 ‘노을대교’로 바꿔 부르고 있다.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 장항읍을 잇는 동백대교도 사업추진 과정에서는 ‘군장대교’로 불렀으나 나중에 ‘동백대교’로 정해졌다.
노을대교는 오래전부터 추진됐지만 추진을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전북도와 고창군, 부안군은 서해안권 관광벨트 중심도로망 구축과 낙후 해안지역 개발 촉진을 주장하며 찬성했다. 반면 젓갈로 유명한 부안 곰소만 주변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오히려 지역이 더 어려워지고 갯벌을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노을대교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고창군 해리면 동호리를 연결하는 다리로, 길이가 7.46㎞다. 연결되는 도로까지 더하면 8.86㎞에 이른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기본설계 용역이 2005년 끝났고, 2011년에는 새만금 종합계발계획에 반영됐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지역 공약이었고, 국토교통부의 2019년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계획 후보사업으로도 선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차례 진행한 예타에서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자 전북도는 “부산 중구~경기 파주 문산을 연결하는 국도 77호선(1239.4㎞)의 유일한 단절 구간을 노을대교로 연결해 간선도로 기능을 회복하고, 부안과 고창의 통행거리 단축으로 물류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예타에서 왕복 4차로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으나, 왕복 2차로는 경제성이 있다. 특히 부안지역 서해바다 노을이 장관이어서 노을대교로 명명하면 관광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노을대교를 건설하면 다리가 지나는 부안 곰소만 갯벌이 훼손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 대부분이 사라진 형편에서 2010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곰소만 갯벌은 연안 습지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노을대교가 2002년부터 진행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없어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경제성이 없는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조직위원장은 “2021년 7월 고창과 신안 등 우리나라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유산위원회가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발 사업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환경적 가치가 이번 예타에서 제대로 검토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안과 고창 사이에서 동쪽으로 푹 들어간 곰소만 주변 주민들은 “다리가 생기면 관광객들이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 머물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된다. 다리가 고속도로 같아서 곰소가 외길이 되고 조류가 달라져 어업 피해도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다리를 건설하면 이동 거리와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고창~부안을 이동하려면 현재 30번 국도를 타고 65㎞(70분 거리)를 가야 하지만, 교량이 생기면 7.5㎞(10분 거리)만 가면 돼 시간·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한다는 게 찬성 쪽 논리다. 2020년 2월 리서치뷰가 부안군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찬성 68.5%, 반대 24.8%가 나왔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변 주민들이 반대해 처음에는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다리를 건설하면 관광객이 지나쳐버릴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쫙 뻗은 도로에서 관광객이 부안으로 내려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새 다리와 도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부안을 찾아오도록 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한겨레>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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