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가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에서 탈락했습니다.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은 물론 인천 지역사회도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죽하면 한진그룹 문제로 인하대에 비판적이던 시민사회단체까지 ‘교육부의 평가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판 성명을 냈을 정도입니다.
교육부는 9월3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토대로 일반재정지원 대학을 확정했습니다. 인하대 등 대학 52곳이 교육부의 평가 기준 미달로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인하대는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등 객관적 진단 지표로 삼는 ‘교육성과’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로 이뤄지는 정성평가 중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동일한 교육품질 지표로 평가하는 ‘교육부의 자율역량강화(ACE+)사업’에선 수도권 14개 대학 중 1위였는데 말이죠. 교육부는 자율역량강화사업과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지표는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가 다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하대 안팎에서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가 공정했는지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유·초·중·고교 교육과정은 정부가 그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 사항을 정하지만,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칙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무시한 채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사관리 방식을 하나의 잣대로 정형화해 평가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재정지원 대학 탈락은 인하대 구성원에게 큰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총학생회는 수백 벌의 ‘학과 점퍼’를 모아 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을 우려한 항의의 뜻을 담은 것이었죠.
조명우 총장을 비롯해 원혜욱 대외부총장 등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3년간 15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후폭풍이 학교 재정과 학사 운영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조 총장은 “일반재정지원사업의 결손을 자구 노력과 함께 재단, 교내 구성원, 총동창회 및 지역사회와 협력으로 만회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했지만, 구성원의 재정 부담 가중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다시 비상할 동력 얻은 점은 ‘희망적’다행히 이번 사태가 불행만 남긴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인하대가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사랑받고 자부심이 강한 대학인지 알게 됐습니다. 총학생회, 교수회, 직원노조, 총동창회, 총학생회동문회는 인하대 구성원을 비롯해 인천 지역 국회의원, 인천시·시의회, 교육단체, 시민단체 등 모두가 인하대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응원했습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문제’에도 제각각이던 인천이 지금처럼 한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인하대는 시련을 딛고 다시 비상할 동력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인하대는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인천=이정하 <한겨레>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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