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살다보면 아이처럼 변하기 마련인가.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앉은 그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다. “즐거워요. 아이들에게 밥도 떠먹여주고, 함께 청소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그냥 행복한 거죠.”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은 지 올해로 10년이 되는 정진강(35·경기 고양시 백석초등학교) 교사. 하지만 모든 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도시 한복판에 있는 우리 학교에도 한반에 1∼2명씩은 급식비를 못 내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가 지회장으로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고양초등지회가 ‘교사장학회’를 만들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학회 만들기는 전교조의 교원 성과급 반납운동이 계기가 됐다. 결국 성과급이 아닌 연수비 지급으로 단체협약이 타결됐고, 연수비가 나왔다. 그러자 연수비의 일부를 장학사업이나 사회봉사활동에 활용하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자연스레 제기됐다. 참여하겠다는 교사들이 늘어나면서 12개 학교에서 700만원이 모였다.
“봄방학 때 성과급이 지급돼 연락이 잘 이뤄지지 못했어요. 홍보도 못했고요. 그래서 기대한 것보다 많이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한때는 모은 돈을 필요한 곳에 쓰고 그만두는 것이 어떨까 하는 얘기도 있었지요.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래 취지대로 기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성과급과 상관없이 많은 교사들이 기금 조성에 조금이라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기금이 얼마나 많이 조성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목표액을 일단 5천만원으로 잡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다. 그는 “기금이 조성되면 고양시 관내에서 난치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나 불우 노동자 자녀 등을 지원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원 성과급은 전교조의 반대 속에 교사간 차등없이 연수비 명목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법령이 바뀐 것은 아니어서, 교육부가 다시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하면 언제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정 교사는 “기금 조성사업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금전 몇푼으로 국민의 사표로서의 긍지를 뒷거래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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