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남쪽 한 마을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 담당 의료인이 면봉으로 피검사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94/imgdb/original/2020/0425/7415877427466712.jpg)
4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남쪽 한 마을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 담당 의료인이 면봉으로 피검사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국경을 모른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지구 전체에서 이겨내야만 이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을 끝낼 수 있다.”
4월15일, 유럽과 아프리카 주요국 정상들이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공동기고를 실었다. ‘코로나19’ 취약 지대인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급지원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절절했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의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과 에티오피아·이집트·케냐·르완다·앙골라 등 양쪽 국가 지도자 18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가용한 시간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특히 아프리카가 ‘팬데믹’의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지구적 위기를 연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위기는 우리가 모두 어떻게 상호 연결됐는지 보여준다”는 문구는 상투적 수사가 아니라 엄혹한 현실이다.
청정 지역에서 최후 결전장으로
지난해 12월31일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보고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아프리카는 ‘코로나 청정 지대’였다. 사하라 남쪽 ‘블랙 아프리카’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건 2월28일 나이지리아에서다. 이보다 앞서 유럽과 가까운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알제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도 2월 중순이 넘어서였다.
4월23일 오후(한국시각),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264만 명, 사망자는 18만4천 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에만 확진자의 76.5%가 몰려 있다. 반면 아프리카 54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만6600여 명으로, 전체의 1% 수준이다. 문제는 급속한 확산 추세와 열악한 보건·의료 인프라다. 코로나19는 2월 하순 아프리카 대륙에 첫발을 들인 지 채 두 달이 안 돼, 54개국 전체로 퍼지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18일엔 나이지리아의 권력 실세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감염돼 숨지기도 했다.
‘코로나19 퇴치전’의 최후 결전장은 아프리카가 될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21%를 차지하는 광대한 대륙이다. 인구도 13억 명이 넘는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척박한 자연환경, 취약한 거버넌스(국가경영), 극심한 경제적 궁핍 속에 살아간다. 리비아, 예멘, 콩고 등 몇몇 나라에선 내전이나 그에 준하는 분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규모 진단검사, 적극적 방역과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다. 코로나19 확산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불안과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곳 마을 축구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진단검사장에서 주민들이 줄을 선 모습이 자동차 창문에 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40/419/imgdb/original/2020/0425/6115877427467519.jpg)
이곳 마을 축구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진단검사장에서 주민들이 줄을 선 모습이 자동차 창문에 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교도나 백인만 걸린다?
감염병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도 코로나19 확산을 키우고 사회적 방역을 가로막는다. 이른바 ‘인포데믹’이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다. “바이러스는 섭씨 26~27도가 넘으면 죽고 열대지역에선 살 수 없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를 타고 바이러스보다 빨리 퍼진다.
주술에 가까운 맹신이나 정치적 불신도 인포데믹 확산에 한몫한다.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36살 여성은 이슬람교도가 아닌 이교도나 백인만 코로나19에 걸린다고 믿었다가, 비정부기구의 보건위생 교육을 받고서야 인포데믹에서 벗어났다. “이건 바이러스고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걸 배웠죠. 손을 잘 씻으라고 들었어요.”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신발 판매상 물람바(35)는 코로나바이러스 따위는 없으며 정치인들이 원조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려는 구실이라고 믿는다. “이 정보는 거짓이에요. 나는 위생 수칙 같은 건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한 현지 풍경이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이다. 중증환자 치료에는 인공호흡기가 필수다. 그러나 세계 전역에서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장비 수급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는 특히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에서 인공호흡기는 41개국에 2천 대도 되지 않는다. 인구 1100만 명의 남수단은 단 4대뿐이다. 인공호흡기가 아예 없는 국가도 10개국이나 된다.
국제사회는 지원, 미국은 훼방?
아프리카에선 숨 쉴 ‘공기’도 부족하다. 정확히는 의료용 산소다. 최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미디어 프로젝트 매체 <뉴휴매니테리언>이 미국 클린턴재단의 2018년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나이지리아 3개주 병원 78곳에 비치된 인공호흡기 중 혈중산소농도 측정기를 갖춘 비율이 2%에 불과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적절한 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도 14%에 그쳤다. 산소치료기를 다룰 수 있는 의료인력은 10명 중 4명뿐이었다. 그렇잖아도 턱없이 부족한 인공호흡기의 상당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WHO는 2017년에야 의료용 산소를 필수의료용품 목록에 올렸다. 불과 2~3년 전까지도, 형편이 좋지 않은 국가나 병원이 산소치료 설비를 갖추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됐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산이 미국과 유럽보다는 몇 주 늦었지만, 증가 추세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점을 보건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공동대응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시작이자 기본이 대규모 진단검사다. 4월16일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존 응켄가송 소장은 “다음주부터 아프리카 전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100만 건 이상 실시하는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3개월 안에 1500만 건의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15일 유럽과 아프리카 정상들은 아프리카 긴급지원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의료 시스템, 최소 1천억달러(약 123조원) 경제 지원, 공공·민간 부문의 부채 상환 유예, 식량과 물자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긴급지원 등이 핵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경제적 지원 호소에 즉각 화답했다. 그러나 바로 전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HO에 대한 자국의 분담금 지원을 전격 중단해 찬물을 끼얹었다. WHO가 코로나19 ‘발원지’이자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두둔한다는 이유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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