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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르콘 압수수색

첫 보도 나간 지 1년 만에… 공익법인의 불투명한 사익 챙기기 정조준
등록 2019-03-16 11:36 수정 2020-05-03 04:29
116개 컨테이너로 세운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 모습. 김현대 선임기자

116개 컨테이너로 세운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 모습. 김현대 선임기자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경찰이 정조준했다. 착한 사회공헌을 내세운 공익법인의 투명하지 못한 사익 챙기기를, 경찰 수사로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르콘 관계자는 3월14일 “성동경찰서에서 오늘 서울 성동구와 경기도 판교의 아르콘 사무실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말했다.

성수동·판교 사무실 압수수색

아르콘과 허 이사장에 대한 경찰의 공식 수사는 2018년 11월 초 일찌감치 시작됐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운영감독기관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허 이사장의 개인회사인 ‘모두스’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성동서에 제출했던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조처였다.

경찰은 당시 공식 수사 시작 전에도 (이하 )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오랜 내사와 수사로 상당 부분 불법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앞으로 본격화할 경찰 수사의 속도와 강도가 기대된다.

‘착한 사회공헌을 내세워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은 아르콘의 허 이사장은 2015년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세우면서 명성을 얻었다. 성공적인 민관 협력 사업 모델로 칭송받았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컨테이너 116개를 재활용한 사회적기업가들의 가게와 공연 공간으로, 롯데면세점에서 130억원을 기부받고 성동구청에서 서울숲 끝자락 땅을 무상으로 받아 탄생했다. 허 이사장의 아르콘은 이듬해인 2016년엔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대규모 스타트업캠퍼스 운영총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은 2018년 1월 제1195호 특집 ‘착한 사업 나쁜 거래’ 보도로 허 이사장의 언더스탠드에비뉴 비리 의혹을 처음 드러낸 데 이어, 11월까지 ‘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 ‘최순실 미르재단과 비슷’ ‘아르콘 비즈니스, 수사를 촉구한다’ 등의 내용으로 여섯 차례 끈질기게 탐사추적 보도를 이어왔다. 허 이사장의 아르콘 사건이 비영리 부문의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설립자의 사유화라는 우리 사회의 묵은 해악을 드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

이번 경찰 압수수색의 목표는 양 갈래로 압축된다. 롯데면세점의 기부금 130억원 중 불법 사용처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운영과 관련한 감사원 지적사항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허 이사장의 불법 자금 빼돌리기와 횡령 혐의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의 종착점인 만큼, 경찰은 사무실 압수수색과 함께 계좌 추적을 병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아르콘이 주최한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개원 1돌 기념 국제콘퍼런스 모습. 오른쪽 네 번째가 허인정 이사장. 스타트업캠퍼스 제공

2017년 11월 아르콘이 주최한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개원 1돌 기념 국제콘퍼런스 모습. 오른쪽 네 번째가 허인정 이사장. 스타트업캠퍼스 제공

44억 증빙자료조차 없어

롯데면세점의 기부금 130억원과 관련해서는, 일부 자금이 허 이사장의 개인 주머니로 흘러갔는지 흐름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르콘은 기부금 중 44억4천만원에 대해 기부자인 롯데면세점 쪽에 증빙자료조차 내지 않았다고 한다. 허 이사장의 개인회사인 ‘모두스’ ‘미디어더퍼스트’를 통한 사익 챙기기 의혹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허 이사장이 성수동에 빌딩 두 채를 사면서 빌린 은행 대출금(근저당 18억원)을 2014년과 2017년에 모두 갚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직원 인건비 비리 혐의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와 관련해서는, 단독 입찰한 아르콘을 황당무계하게 최종사업자로 선정한 경기도의 비위 사실 등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공사비와 직원 급여로 1억6천만원을 빼돌리고 허 이사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미등록 건설업체에 30억원의 공사를 불법적으로 맡겼다는 부분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아르콘의 뒤를 봐준 경기도의 ‘윗선’이 있었는지도 추적하고 있다.

문체부 미온적 대응도 비판 일어

다만,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앞두고 아르콘 쪽은 치밀한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발장을 받은 지 이미 넉 달이 지났고, 의 첫 보도가 나간 지는 1년도 더 지났기 때문이다. 아르콘 쪽은 그사이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 운영을 맡았던 유한회사를 폐업했다. 허 이사장의 개인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 모두스도 문을 닫았다. 사무실의 컴퓨터와 관련 서류를 모두 폐기했음은 물론이다.

사단법인 아르콘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아르콘의 비리 행적이 보도되고, 감사원의 감사에서 비리 사실이 확인되고, 이어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될 때까지, 문체부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고대권 전 아르콘 이사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올해 9월로 3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아르콘의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운영 사업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관계자는 “아르콘이 하던 스타트업 교육 사업은 9월 이후 전면 폐지하고 앞으로는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사업 공간을 리모델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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