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의 돼지농장 교배방에서 수정을 마친 어미돼지의 등에 스프레이로 날짜를 적고 있다.
“기사가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한동안 쇠틀에 갇힌 돼지가 된 기분이었어요. 한 아이의 엄마인 제가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는지 알 때 우리도 동물들도 좀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기자가 체험한 ‘돼지의 일생’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고통’스러운 ‘성찰’의 마음을 보내왔다.
“돼지고기 안 먹어도 되니까 돼지에게 자유를 주세요. ㅜㅠ 미안하다, 돼지들아!” “너무 불쌍하네요, 나무도 아닌데 한자리에서 움직일 공간도 없이 산다는 게….”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4천 개 이상 올라온 댓글 또한 “슬프다”는 느낌이 압도적이었고, 육식에 대한 성찰이 줄을 이었다.
“육식하는 게 부끄럽다.” “적어도 윤리적인 생장과 도축을 거친, 생명윤리가 보장된 식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제주 흑돼지 돈사에서 한 달 일했는데, 두세 달 동안 돼지고기 못 먹었습니다. 불쌍함에 더러움에….”
“결론은 돈”이라는 냉정한 지적도 있었다. “넓은 공간에 풀어놓고 동물복지로 돼지 키우라는 사람들, 3~4배 비싼 값으로 돼지고기 사먹을 자신 있는가. 그땐 또 비싸다고 XX하겠지.”
양돈 농가의 30대 자녀라는 김아무개씨는 ‘돼지공장’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사용을 강하게 비판하는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이상적인 사육 환경에서 자란 돼지로 식탁에 오를 만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최소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해결책도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라고 불편한 감정을 가감 없이 전했다.
다른 언론사의 후배 기자는 페이스북 글로 “(선배 기사의) 팩트의 힘은 크지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문제 제기는 아니다. …편한 비판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인류의 단백질을 저렴하게 충분히 공급하는 이들의 노력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보탰다.
‘돼지 똥’ 문제는 기자가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둔 취재 목록이었다. 국내외 축산 현장을 눈으로 보고 비교하면서 “우리 고기가 몸에 좋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우리 농장의 환골탈태가 없는 한 우리 축산의 신토불이는 거짓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현장 취재를 결심한 것은 올 5월쯤이었다. 더럽고 비좁은 축사 모습을 시민들한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엔 한 달 취업 기회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돼지농장의 일자리는 이주노동자로 채워졌고, 한국인은 경력 있는 관리자로 채용될 수 있을 뿐이었다. 불가피하게 취재 계획을 축소했고, 알음알음으로 부탁해 사흘 체험 기회를 어렵사리 잡았다.
기자한테 문을 열어준 농장 대표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규모 공장형 축산이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생산성 높은 농장이었다. 자칫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기에, 기사에서 실명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후속 취재를 생각한다. 닭으로 보도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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