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 서실에 보고한 문서를 보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수사를 하거나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비판 여론에 대해 ‘수사권’이라는 칼날에 기대거나 민사소송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청와대에 보고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다. 그동안 참사 직후 청와대 등이 정부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 사실은 일부 드러났지만, 청와대와 해경 등이 비판 여론을 어떻게 옥죄어왔는지는 제대로 확인된 바 없다. 이번에 해경 문건이 공개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면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은 2014년 4월18일부터 6월 초까지 해경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보고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보고’(BH 보고서)를 입수했다. ‘대외주의’ 표시가 붙은 이 보고서는 사고 직후 날마다 세 차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보고됐다. ‘BH 보고서’는 △총괄 현황(구조 상황) △주요 추진 사항(수색·방제·언론 브리핑·실종자 가족 지원 현황) △향후 조치 계획(수색 및 방제 계획) △수사 진행 및 계획 △보도 동향 및 조치, 총 5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이 문서를 보면 해경과 관련 부처들이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을 질책하는 여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필사적인 노력을 했음이 확인된다. 세월호 참사 이틀 뒤인 2014년 4월18일 오후 9시 ‘BH 보고서’를 보면, 해경은 ‘상황 브리핑 자료 SNS 게재 및 유관기관 리트윗 요청’을 했다고 보고하며 ‘문체부·안행부 등 대표 계정 및 일반 계정을 통해 리트윗 중’이라고 적었다. 해경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안전행정부가 공동으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것이다. 다음날인 4월19일 오전 7시 ‘BH 보고서’를 보면 공동 대응의 의도가 더 잘 드러난다. 이날 보고서에서 해경은 ‘실종 가족 부모 인터뷰 영상이 일시 이슈화되었으나, 현장 구조대 활동 근접 사진 게시(해경청) 후 구조활동을 응원하는 댓글 증가’라고 보고했다. 이후 계획으로는 ‘상황 브리핑 자료 SNS 게재 확대, 유관기관 공동 대응 확대’ ‘온라인 대변인 실시간 공조를 통한 정부 부처 합동 대응’ ‘해경 구조본부 브리핑 등 정확한 사실 주기적 게시, 현장 수색 활동 사진·영상 등 수시 트윗하여 국민적 응원 분위기 조성 추진’ 등이 적시됐다. ‘구조 활약상’을 게재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런 시도는 한동안 이어졌다. 4월24일 오전 6시30분 ‘BH 보고서’에는 ‘(SNS 등) 해양경찰 활동상을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전파, 우호적 분위기 조성’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같은 날 오후 9시30분 ‘BH 보고서’에는 ‘헌신적 구조 활동상, 구조대원 인터뷰 등을 국방부, 문화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전파, 긍정적 분위기 조성’ 등의 계획이 쓰여 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반전되지 않았다. 그러자 해경은 조금씩 ‘강경 모드’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4년 5월1일 오후 5시30분 ‘BH 보고서’에는 ‘개인 신상 털기 등 국민의 알 권리와 무관한 악의적 취재, 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 검토’를 했다며 ‘언론사 입장에서는 형사고소(명예훼손)보다는 민사소송(손해배상, 1억여원)에 대한 부담이 크므로, 민사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라고 적었다.
이후에도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와 협조, SNS 특이 동향 파악 및 집중 모니터링 실시’(5월5일 오전 6시30분),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와 협조하여 각종 유언비어에 대해 법률검토 및 형사처벌 추진’(5월7일 오전 6시30분), ‘지속 게재되고 있는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난, 책임 추궁 내용 모니터링, 허위 글, 유언비어는 유관기관(경찰청)과 협조하여 색출’(5월12일 오후 5시30분), ‘지속 게재되고 있는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난·책임추궁 내용 모니터링, 허위 글·유언비어는 유관기관(경찰청)과 협조하여 색출’(5월13일 오전 6시30분) 등 경찰과 협조해 온라인 공간을 모니터링하고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
주목할 점은 해경 등 정부 부처가 세월호 참사 당시 공식 SNS 계정이 아닌 기관이나 공무원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일반 계정으로 정부 우호 여론을 형성하려고 했는지 여부다. 이 경우 해경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온라인 여론을 왜곡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진다. ‘BH 보고서’에는 ‘일반 계정 통해 리트윗’ ‘여론 순화 노력’ ‘특이 동향 지속 모니터링 및 SNS 추이 변동 대응’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해경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해경은 일반 계정으로 온라인 여론을 왜곡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 질의에 “해경 공식 SNS 계정 자체가 대표 계정과 일반 계정으로 나뉜다. 가장 인기 많은 채널인 페이스북이 대표 계정이며, 트위터·카카오스토리 등을 일반 계정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등 다른 부처와 여론 대응을 공조한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 정확히 확인이 안 된다”고 답했다.
해경은 이어 민사소송이나 수사 등을 통해 과도하게 비판 보도나 여론을 막으려 했다는 지적에는 “해경 차원에서 민사소송을 실제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경 직원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낸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투입을 막고 있다’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민간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무죄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 이유가 해당 인물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인터뷰 내용이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클릭, sewolarchive.org
세월호 참사 판결문 ‘아카이브’서 보세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세월호 아카이브’(http://sewolarchive.org)가 ‘세월호 판결문 보고서’ 내용을 추가해 업데이트한다. 세월호 아카이브는 이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일하는 벤처기업 ‘빠띠’,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활용해 여러 캠페인을 펼치는 ‘우주당’(우리가 주인이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조영신 변호사와 함께 세월호 관련 기록을 정리하는 누리집이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내용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각종 판결 내용이다. 세월호 아카이브는 인천∼제주 항로 세월호 증선 인허가 사건, 과적 및 부실 고박 방치와 관련해 청해진해운·해운조합 관계자 등이 기소된 사건,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의 과실을 다룬 사건, 참사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부실 관제 사건,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에 나섰던 김경일 해양경찰청 123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등을 세월호 관련 주요 판결로 꼽아 정리했다. 누리집에서는 세월호 도입부터 구조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각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예측한 뒤 실제 결과를 확인하는 메뉴도 마련됐다. 각 사건의 판결이 있었던 법원에 신청해 받은 판결문 전문도 아카이브에 수록했다.
이 밖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감사원의 세월호 참사 감사 결과와 각 감사 대상자가 자신의 부처에서 실제 처분받은 징계 내용도 담았다. 감사 대상자들은 감사원이 각 부처에 요구한 것보다 대부분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세월호 아카이브에선 참사 당일 119 등으로 걸려온 신고 전화 음성, 해경-청와대 핫라인 통화 내용, 해경 주파수공용통신(TRS) 교신 내용 등을 들을 수 있다. 또 중앙사고수습본부, 해경 본청,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국방부 재난대책본부 등이 작성한 세월호 참사 관련 상황보고서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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