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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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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결국 ‘그분’ 것

다스 전·현직 임직원 통화 들어보니 MB 소유 정황 곳곳서 확인…

검찰 실소유주 규명 결론 낸 듯
등록 2018-02-14 03:38 수정 2020-05-03 04:28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 연합뉴스

2월8일 저녁 검찰은 삼성전자 경기도 수원 영통 본사와 서울 우면동 R&D캠퍼스,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찾으려고 미국에서 소송을 벌일 때, 그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정황이 있다’며 이날 압수수색 이유를 밝혔다.

까발려지는 MB家 ‘차명 재산 역사’

삼성이 정말 이 돈을 냈다면, 왜 그런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다스 주인이 아니라면 삼성이 돈을 낼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 두 전제가 사실이라면, 삼성이 이해관계가 없는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낸 것은 명백한 ‘뇌물죄’가 된다. 검찰은 1990년대 중반부터 MB가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 도곡동 땅이 실제 MB 것이며, 이 땅을 판 돈으로 다스 대주주가 된 이상은 회장의 지분도 MB의 차명 재산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_다스는_누구 겁니까?’라는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배회했던 ‘유령’의 실체가 완전히 까발려지기 직전이다. 1985년 이상은씨 등이 MB가 회장으로 있던 현대건설로부터 도곡동 땅을 사들이며 시작된 MB 집안의 긴 ‘차명 재산의 역사’가 명확히 규명될 날이 임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풀려난 지 사흘 만에 삼성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이미 검찰 수사는 다스의 실소유주 규명을 넘어 더 먼 곳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접촉한 다스 직원들은 ‘다스가 MB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력의 서슬이 시퍼레서 말하지 못했거나, 때를 봤을 뿐이다. 다스의 경리팀장이었던 채동영씨는 “입사 전부터 회사 주인이 MB라는 걸 알았다”고 했고, 이상은 회장의 운전기사이자 다스 감사팀 등에서 18년간 근무했던 김종백씨는 “다스 입사 3개월 만에 회사가 MB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다른 이들은 어땠을까. 은 김종백씨가 검찰에 제출한 다스 전·현직 임직원들과의 통화 녹음을 등 을 통해 입수했다. 다스가 MB 소유임을 입증하는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MB가 이동형 자르고, 다 정리하란다” 2016년 7월14일_ 김종백(전 다스 감사팀 직원)과 김○○(전 다스 총무팀 직원) 통화 중

김○○ “게임 끝났다. 모든 게 다 끝났다. 심각하다. MB가 아이엠, SB글로벌로지스 다 수거하고 없애버리고 박살내라고 이야기했다. 이동형 자르고. 말 안 들으면, 아산으로 유배 보내고. 김○○, 최○○도 자르란다. 다 정리하란다. 이동형 밑에 있던 사람들 다 정리하고.”

2010년 다스에 과장으로 입사한 MB의 아들 이시형씨는 2012년 이사로 승진했고, 2014년 다스 해외법인 대표에 올랐다. 이 무렵, 다스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이시형씨가 초고속 승진을 한 데 이어, 다스의 알짜배기 국외 법인을 장악하자, 지난 몇 년간 실권을 휘둘렀던 이동형 부사장(이상은 회장의 아들)이 저항한 것이다. 다스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동형 부사장이 “생존을 위해 물밑에서 저항했다”고 한다.

실제 2016년 여름까지 다스를 장악한 이들은 이 부사장 쪽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자 권력의 추는 이시형씨 쪽으로 기운다. 다스의 핵심 관계자는 “이시형씨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다스는 자기 회사니까 그동안 회사를 맡아 관리해온 이동형씨 쪽 사람들을 다 밀어내려 했다”고 한다. 이 통화로 사촌 간 벌어진 권력 암투를 MB가 나서서 정리했음을 알 수 있다. 다스에서 인사 등 총무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이명박이 다스 협력회사 인사까지 깊숙이 개입했다”고 했다. 통화에서 언급된 이들은 실제 충남 아산에 있는 공장으로 ‘유배’를 가거나 변방 부서로 좌천됐다.

2016년 7월14일_ 이동형(다스 부사장)과 김종백의 통화

“이쪽 집안에서는 최○○, 김○○ 사표를 받고 나를 잘라버리려고 해. 회장님(부친인 이상은씨)이 살아 계셔도 이러니까. 그걸 누가 그러겠냐고. 그 작업을 누가 그랬겠냐고. 시형이는 MB 믿고 회사에서 마음대로 하고 있지만, 그것도 난 걱정이야. 형이니까. (내) 오른팔, 왼팔 나가면 (시형이야) 편하겠지만, 그게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니야. (중략) MB하고 시형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 좀 천천히 입사해라, 승진해라, 동형이를 활용해라 했는데, 물건처럼 해서 이리 보냈다 저리 보냈다 하는 거니까. 나는 이제 깨달은 거야. 내가 여기 있어서 내 인생을 찾지 못하면 (중략) 풀빵 장사를 하든 타코야키를 팔든 시냇가에서 옷가게를 하든.”

같은 날, 이동형 부사장은 거의 울먹이며 이렇게 말한다. MB가 개입해 자기 수족 같은 이들을 내치는 작업이 완료됐음을 시인하며 처지를 비관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MB하고 시형이 다치지 않게 했는데, 회장님이 살아 계셔도 이렇게 나온다’는 대목이다. 전화 뒷부분으로 가면 “울분이 터지지만 아버님한텐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지. 회장님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겠어”라고까지 말한다. 이상은 회장이 자신을 자르려는 MB의 결정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걸 한탄하는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이시형이 회사를 인수하고…”2016년 8월6일_ 김○○(다스 이사)와 김종백의 통화

“이게 이동형 부사장이랑 이시형 전무랑 둘이서 싸우지 않고 이동형 부사장이 회사를 경영하다가 이시형 전무가 시드머니를 계속 마련을 해서, (자연스럽게?-김종백의 질문) 그렇지. 자연스럽게 이시형 전무가 이 회사를 인수하고, 결국은 본인이 7∼8년 정도 시간 들여 조금조금씩 해야지. (중략) 지금 있잖아, MB가 양심선언해서 ‘이거 내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주식이 명의신탁 되어 있잖냐. 그럼 이걸 본인 명의로 갖고오려고 그러면 증여세를 물어야 된단 말이야. 증여세 무는 게 상속세보다 더 많다고, 지금 현재로서는.”

MB가 직접 개입한 지 한 달여 뒤인 2016년 8월 있었던 이 대화는 이시형으로 승계 구도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서 ‘시간 조절’을 당부하고 있다. 서류상이긴 하지만 권한을 일부 갖고 있던 이상은 회장과 이동형 부사장은 MB가 ‘다스는 내 것’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점을 활용해 자신들의 지위를 일정 기간 연장하려 한 것 같다.

이 통화가 이뤄진 2016년 7~8월 무렵 이시형 전무는 ‘제2의 다스’로 알려진 현대차 하청업체 에스엠을 틀어쥐고 다스의 노른자를 가져갔다. 김○○ 이사가 ‘시드머니 마련’을 언급한 것은 이시형 전무가 에스엠을 장악한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검찰도 이 시기를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시형씨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경영권 승계의 ‘완성점’으로 보고 있다. 주식 명의신탁을 언급하며 증여세와 상속세 금액을 비교하는 것은 10원짜리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는 MB의 꼼꼼함에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과 한 통화에서 “김종백씨의 녹취에는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라는게 확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다스는 결국 그분 것’이다.

김완 funnybone@hani.co.kr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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