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이 최소 2003년 이후 상품권 협찬을 받으면서 협찬 금액을 축소 신고하고 협찬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대행사에 ‘대리납부’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KBS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상품권 협찬 업무를 대행한 KBS 등록대행사 대표 A는 1월23일 한국PD연합회 사무실에서 공익제보자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1월부터 최근까지 8개뿐인 KBS 협찬 영업 등록대행사를 운영했다. 패널 광고 협찬금으로 상품권 100만원을 KBS에 입금하면 70만원을 받은 것으로 신고하고 그에 대한 부가세(10%) 7만원은 대행사가 ‘전파료’라는 이름으로 KBS에 현금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일해왔다”고 말했다. 은 이후 A를 만나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입수하고, 이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무사 등 세무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았다.
공영방송 세금 대신 내는 대행사A가 에 제공한 자료는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 의 2016년 8월 협찬 광고 내역, 세금계산서, 전파료 입금 내역 등이다. KBS가 발행한 2016년 8월31일치 세금계산서를 보면 ‘공급가 234만2892원/ 세액 23만4289원/ 합계액 257만7181원’ 등의 수치가 적혀 있다.(위 사진 참조) 이는 KBS가 광고주들로부터 234만2829원의 협찬금(공급가)을 수주했고, 그에 대한 부가세(세액)는 23만4289원으로, 대행사가 방송사에 입금한 총액(합계액)은 257만7181원이 된다는 뜻이다. 부가세를 제외한 234만2829원이 통상적인 협찬금이다.
그런데 A가 실제 따낸 상품권 협찬금은 회당 70만원씩 4주 분량인 280만원이었다. 일반적인 광고영업이라면 광고주 쪽에서 KBS에 협찬금(공급가·280만원)과 그에 따른 부가세(세액·28만원)도 같이 입금해 총액(합계액)이 308만원이 되어야 한다. 280만원은 KBS의 수입, 28만원은 KBS가 세무 당국에 내야 할 세금이다. 만일, KBS가 의 사례처럼 280만원이 부가세(세액)이 포함되어 있는 총액(합계액)이라고 판단했다면, 전체 금액 280만원 가운데 KBS의 수익인 협찬금(공급가) 254만5454원을 제외한 부가세(세액) 25만4545원을 세무 당국에 납부했어야 했다. 공익제보자 A가 실제 따낸 협찬금액 280만원에 따라 KBS는 많게는 28만원, 아니면 적어도 25만4545원을 부가세로 납부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KBS는 협찬금(공급가)을 234만2892원으로 축소 신고했고, 그에 따른 세금 23만4289원도 대행사에 대납시켰다. A는 “이런 세금 대납은 ‘전파료’라는 관행으로 이뤄졌다. 모든 협찬 대행사들이 상품권은 현물로 납품하고 세금은 현금으로 또 입금했다”고 말했다.
A가 운영한 업체는 KBS 예능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8개의 상품권 협찬 대행사 가운데 하나다. 그는 “최소 2003년 이후 KBS의 전체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협찬 금액 축소와 세금 대납 관행이 이뤄져왔다. 프로그램에 따라 상품권 입금액과 축소한 과표액이 같진 않았지만, 입금한 상품권 금액과 발행된 세금계산서에 나오는 금액은 모두 달랐다. 등록된 모든 대행사가 KBS가 금액을 축소해 고지하면 KBS가 내야 할 세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일해왔고, 이는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처럼 상품권 협찬을 받는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대행사 위법 부추긴 공영방송
그의 증언대로 협찬금액 축소 신고와 세금 대납 관행이 KBS 전사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KBS 한 방송사만 해도 상품권 협찬을 받는 예능·교양 프로그램은 평균 30여 개를 웃돈다. 방송시간 10분당 한 개의 패널 광고가 협찬되기 때문에 60분짜리 프로그램이라면 6개까지 패널 협찬이 가능하다. KBS의 경우 편성시간에 따라 한 프로그램당 3~9개의 패널 광고가 프로그램 종료와 함께 고지된다.
A가 운영한 협찬 대행사에선 KBS의 패널 협찬 한 개를 수주하는 것을 “(KBS와) 1‘구좌’를 텄다”고 표현한다. A는 “KBS에 월 단위로 200구좌가 있다면 KBS에 입고되는 상품권 금액은 1억4천만원에 이르고, 세금은 1400만원이다. 하지만 KBS는 1억4천만원을 다 신고하지 않고, 세금은 대납시켜 이중으로 이득을 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KBS가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보았을 것으로 예측했다. A는 “방송사가 실제 협찬액과 신고액 사이의 차액을 전용하며 종종 ‘상품권 300만원을 직접 들고 오라’고 연락을 한다. 그럼 KBS 별관 앞에서 만나 PD에게 금액을 직접 주곤 했다. 방송사가 이 차액을 어떻게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KBS 예능CP나 편성운영부장이 답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세무 업무를 오래 담당한 부장급 관계자는 KBS의 상품권 협찬 회계 처리 내역에 대해 “과거 건설 하도급 업체들이 ‘상납금’을 줄 때 이런 회계 처리를 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진 관행”이라며 “갑에 의존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서 접대비를 건네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A씨의 자료를 검토한 세무사도 “세금을 축소 신고했으니 KBS 장부상에는 아마 문제가 없겠지만, A의 경우 세무 처리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는 세무법상 매월 차액분을 무증빙 상여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이는 KBS가 대행사에 법인세법을 어기라고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당장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사장이 들어오면 그동안의 문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뒤따를 것”이라고 답했다.
A는 이번 공익제보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상품권 협찬 업무를 오래 해온 입장에서 상품권이 애초 용도와 달리 스태프들의 임금 등으로 사용돼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을 오랫동안 방관해온 것이) 양심에 걸려 문제를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송사 갑질 또다른 피해자
A는 의 ‘상품권 페이’ 보도 이후 SBS가 1월18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체의 상품권 협찬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는 방송사들이 일으켜놓고 사회적 논란이 되니 치워버리자는 식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방송사의 지시대로 했을 뿐인 대행사들의 밥줄을 또 일방적으로 끊겠다는 갑질 선언”이라고 말했다. A는 “상품권 협찬을 안 받더라도 방송사는 어차피 PPL이나 중간광고 영업으로 벌충을 할 것이니, 전혀 잃을게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사의 나쁜 관행에서 어쩔 수 없이 먹고 살았던 이들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KBS, 상품권 협찬 축소 신고하고,
세금 대납시켰다’ 관련 반론보도
은 2018년 2월5일치 ‘KBS, 상품권 협찬 축소 신고하고, 세금 대납시켰다’ 제목의 기사에서 KBS가 상품권 협찬금액을 30% 축소 신고하고, 대행사에게 부가세를 대리납부하도록 했으며, PD에게 상품권을 개별적으로 전달했다는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6개 대행사는 “PD에게 상품권을 전달해 전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협찬금액을 축소 신구한 게 아니라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KBS에 전달되는 것이고 부가세는 협찬사가 부담하는 것이지 KBS가 부담하는 금액이 아니라 대행사가 대리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받는 사람: 대통령님♥’…성탄 카드 500장의 대반전
한덕수, 내란 엄호 논리로 쌍특검법 거부…정국 불안 고조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이승환·예매자 100명,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한다
[영상] 이재명 “한덕수 또다른 국헌문란 행위, 반드시 책임 물을 것”
내란 일당 윤석열·김용현…외환죄 혐의까지 더해졌다 [12월24일 뉴스뷰리핑]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
민주, 한덕수 탄핵안 유보…“26일 헌법재판관 임명 보고 판단”
구미 공연 취소된 이승환에…강기정 시장 “광주서 합시다”
[속보] 민주, 한덕수 탄핵안 발의…27일 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