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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무관하게 매입나설 것”

다스 실소유주 찾는 프로젝트 ‘플랜다스의 계’ 창안자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

“주인 규명부터 지분 3%로 할 일 무궁”
등록 2018-01-23 15:50 수정 2020-05-03 04:28

‘플랜다스(PLAN DAS)의 계(契).’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 의심받는 자동차 부품 납품회사 ‘다스’를 향한 질문, “다스는 누구 겁니까?”의 답을 찾는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딛기 일보 직전이다. 다스의 주식 3%를 사들여 상법상 권리를 얻게 되면, 회사의 소유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는 안원구(사진)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다. 지난해 11월 모금을 시작해 3주 만에 주식 3%가량을 살 수 있는 자금 150억원을 모았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의 책임 역시 안 전 청장이 맡게 됐다.

안 전 청장을 지난 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이하 국재본)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재본은 박정희부터 박근혜, 최태민, 최순실로 이어져온 국정농단 세력과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 적폐 세력의 부정축재 은닉재산을 되찾기 위해 만든 단체다. 안 전 청장은 이 조직의 집행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날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나서서 ‘정치 보복’ 프레임을 꺼내든 다음날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함량 미달이 대통령 되는 데 일조”</font></font>이명박 대통령 검찰 소환이 임박한 듯하다.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전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으로,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기 전에 도덕적 책임을 먼저 언급했어야 한다.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인지상정일 텐데, 그마저도 못하고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것을 보니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던 서울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 직접 본 당사자다. 벌써 10년의 악연이다.

(2007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때)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됐다. 그때는 내 신분이 공무원(대구지방국세청장)이었고, (공무원이니) 말할 수 없다고 판단해 덮었다. 결과적으로는 함량 미달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데 일조하게 됐다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 공무원만 아니었다면…. 후회가 되기도 한다.

안 전 청장은 2007년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적혀 있는 문건을 보았다. 이 문건은 2007년 포스코건설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문건이 자기 손에 들어온 경위에 대해, 그때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논란이 되면서 포스코건설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문건엔 ‘실소유주: 이명박’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2012년 국회 국정감사 때 당시 세무조사를 했던 국세청 직원이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선 대선 후보 경선이 이뤄지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 쪽 주장대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는 게 밝혀지면, 이 후보는 결과적으로 BBK 주가조작의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상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은 1985년 15여억원을 모아서 도곡동 땅 1천여 평을 이 전 대통령이 대표로 일했던 현대건설 등에서 샀다가 1995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팔았다는 것은 서류상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 매매자금 263억원 가운데 190억원이 다스로 들어가고, 다스로 들어간 돈 가운데 일부가 BBK로 넘어가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의 주가조작 자금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BBK와 관련된 진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이 후보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안 전 청장은 이후 이명박 후보를 뒷조사한 세력으로 찍혀 고초를 겪었다. 그는 2009년 국세청 내부 감찰을 받고, 검찰 수사를 거친 뒤 결국 공무원 직위를 이용해 아내 화랑의 그림을 강매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이후 그림 강매는 무죄,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선 유죄(징역형 2년) 판결을 받았다(변호사법 위반으로 2년형의 징역은 이례적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문건 본 순간 100%라는 생각”</font></font>‘다스는 누구 겁니까?’는 사실 오래된 질문이다.

도곡동 땅뿐만 아니라 다스 실소유주와 관련해서도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정황증거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주식은 한 주도 없고, 배당을 받아간 사실도 없었다. 형식상으로는 자기가 (소유주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가장 엄하게 책임을 져야 하는 주가조작에 대한 공소시효도 끝났다. 그런데 2010년 (미국 사법기관의 압류로) 옵셔널벤처스가 받아야 할 돈, 스위스 계좌에 있던 140억원이 엉뚱하게 다스로 송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청와대 직원과 LA 총영사가 동원됐다. 이는 소송사기에 준하는 방식이었다. 140억원에 대한 욕심이 20년이 다된 사건을 현재로 소환한 것이다. 그리고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래는 최순실 재산 찾기 프로젝트가 먼저였다. 다스로 주제를 바꾼 계기는?

지난해 6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최순실-박근혜 재산 찾기를 위해 독일을 오가는 중에 김어준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자리에 가보니 주진우 기자가 문제의 140억원과 관련된 (다스) 문건과 각종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문건 등을 내밀며 해석해달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면 생성되지 않았을 문건이 다수 있었다. 문건을 본 순간 100%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스 비자금 120억원도 그때 나온 것이다. 그들의 공이 크다.

그 뒤로 본격적인 문제제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의혹들을 동시에 알아보고 있었다. (서울공항 때문에 현재 위치에 허가가 날 수 없는) 롯데월드 허가와 관련된 건이라든지, 산업은행에서 10개의 사모펀드를 만들어 진행한 사안이라든지, (대통령) 취임 직전에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다. 자원외교와 관련해서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최근 파산에 직면한 광물자원공사와 관련된 문제는 그 이면을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 이것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 했다면, 정말 머리가 비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꼼수가) 정말 대단하다. 이를 뒤좇는 게 쉽지 않다. 사실은 나처럼 민간인이 아니라 사정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플랜다스의 계’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단 모금된 돈으로 주식을 사지만, 투자금이라기보다는 대여금이다. 150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지만 각 개인은 이미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스의 주식 지분 일부, 약 3%를 사서 상법상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회사의 소유구조를 알기 위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렇게 모였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세무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font></font>소유구조는 어떤 방식으로 파악하는 것인가.

우선 (상법상 3% 지분이 넘으면) 회계장부 열람권이 생긴다. 임시주주총회도 열 수 있다. 주총에서 현재 주식 보유자가 차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주식의 의결권이 없어진다. 말하자면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주식을 차명 보유한 것으로 판명되면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의결권을 위해 의결권 제한 가처분 소송을 할 것이고, 감사인을 우리 쪽에서 선임하면 지금까지 회계 처리를 잘못한 것을 두고 세무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이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다스의 소유구조는, 비상장 주식을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가 46.85%,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씨의 아내 권영미씨가 24.26%, 기획재정부가 19.73%, 청계재단이 5%를 갖고 있다. 원래는 김재정씨 48.99%, 이상은씨 46.85%, 김창대씨가 4.16%를 나눠갖고 있었다. 그런데 김재정씨가 2010년 갑자기 숨지면서 부인이 김씨의 재산을 상속받았고, 상속세 416억원을 돈 대신 다스 주식으로 내면서 3대 주주가 기재부가 됐다. 기재부 산하 자산관리공사가 기재부 주식에 대해 7년째 매도 공고를 냈음에도 매입하려는 쪽이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자산관리공사는 다스 주식을 1만 주, 1만 주, 3만8800주 등으로 나눠 내놓은 상태로, 운동본부는 이 가운데 1만 주를 산 뒤 권리행사에 나설 계획이다.

언제 시행할 계획인지? 검찰 수사로 실소유주 의혹은 의외로 빨리 밝혀질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검찰의 수사와 관계없이 시민들의 열망을 받아 매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의 비리가 있고 그것을 수사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돈을 온전하게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언제 사느냐가 중요하다. 기재부에서 주식을 평가 중이다. 평가 가격이 언제 나올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나왔어야 한다. 벌써 한 달이 더 지났다. 재평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지난 7년 동안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지나친 고평가 때문이라는 게 국회의 의견이다. 가격은 내려갈 것으로 본다.

안 전 청장은 다스 주식 매입 시기를 포함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득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1억원 가까운 돈을 낸 시민도 있고, 참가하지 못해 운동본부에 거세게 항의한 시민도 있다. 그 열망을 현실로 옮겨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안 전 청장의 몫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최순실 재산 찾는 조사위 필요”</font></font>‘최순실-박근혜 재산 찾기’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어느 정도 진척됐나.

‘플랜다스의 계’와 ‘최순실-박근혜 재산 찾기’는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미 찾은 것도 있다. 진행 상황을 봐서 공개할 것이다. 우선 (가칭)‘최순실 재산몰수특별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은닉 재산이라는 의심이 들어도 입증 책임이 정부에 있어 수사기관조차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 특별법을 통해 최순실-박근혜의 재산으로 확정하면 관련한 입증 책임은 본인들이 이른바 정상 재산으로 입증하도록 하면 된다.

(재산을) 찾는 과정도 중요한데, 이 또한 조사위를 거쳐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산을 찾는다고 하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것이 국외재산이라면 또 복잡해진다. 검찰, 국세청, 관세청, 외교부 등 각자의 경계를 넘어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각 정부기관이 적극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오랜 시간 부동산에서 펀드로, 금괴로, 다시 현금으로 형태를 달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에 다양한 방식으로 숨겨놨다면 이 또한 쉽지 않다. ‘플랜다스의 계’ 못지않은 국민적 응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운동본부에 각종 제보가 모이고 있지만, 관심이 더 필요하다.

<font color="#008ABD">글 </font>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font color="#008ABD">사진 </font>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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