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해졌다.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 시기에 이미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가 이어받아 실행했다. 그리고 두 정부에 걸쳐 이 명부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관여했다. 굽이마다 규모와 강도의 곁가지 차이만 있을 뿐, 토대와 전개는 한 줄기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본격 활동에 돌입하며 ‘이명박근혜’ 정권기에 기획·집행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2013년 9월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예술위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점 지적’이라는 문서에서 시작됐다.
이 보고서를 읽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영화 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것은 종북세력이 의도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와 펀드 제공자는 용서가 안 된다.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도 용서가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후 청와대 비서관 8명이 참가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TF’가 구성됐고, 3천여 개의 문제 단체와 8천여 명의 문제 인물이 배제자로 분류됐다. 워낙 광범위한 명단이다보니 엄밀성은 떨어졌다. 문재인·박원순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어떤 시위에 참가한 전력으로,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포함된 이들의 존재는 이 명단의 작성과 집행이 차라리 희극적이라고 웅변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2013년 상황’은 정확히 5년 전에 있었던 일의 판박이다. 비극의 시작은 2008년 8월이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하 문화권력 문건)이란 대외비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다. 보고서는 모두 7쪽 분량으로 ‘Ⅰ.문화권력은 이념지향적 정치세력 Ⅱ.좌파세력의 문화권력화 실태 Ⅲ.균형화 추진 전략 Ⅳ.주요 대책(안) Ⅴ.추진 체계 및 재원계획 Ⅵ.향후 일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권력 문건은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은 소리 없이 지속 실시”할 것과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 기관 내부에 많은 수의 좌파 실무자들(을) 청산”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우파 문화 싱크탱크(문화정책포럼) △우파 문화 실행 기관(한국문화산업연구소) △우파 지원을 위한 모금회 및 펀드(문화산업 모금회) △우파 인사들이 활동할 문화센터(창조문화센터)의 건립이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은 최소화하면서 삼성·현대차·CJ·KT·SKT 등 기업이 국가나 단체에 기부하는 형식을 추진’하는 방안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이미 마련된 것이다.
문화권력 문건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창조문화센터’가 이미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삼성이 보유하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방송 제작물 등을 제작해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실험적 문화 공간’인 창조문화센터를 기획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문화’에도 삼성이 엮여 있는데, 이명박 정부 역시 삼성과 창조문화를 도모하려 했던 셈이다.
적페청산 TF가 밝힌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선정과 실행 과정을 보면,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공작은 국정원이 파악한 문화·예술계 동향을 토대로 한 실행 전략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잇는 길고 집요한 불법. 그 공통의 출발점은 바로 국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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