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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승마 지원이 쇠고랑 됐다

이재용 부회장 징역 5년, 최지성·장충기 등 법정 구속…

특검 기소 433억원 중 89억원 뇌물 인정 “승계작업 묵시적 부정청탁”
등록 2017-08-29 18:02 수정 2020-05-03 04: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 위의 삼성’이 이번엔 흔들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첫 삼성 총수가 됐다. 불구속 상태이던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법원,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판단</font></font>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는 8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대통령의 공공성과 청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삼성그룹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삼성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모든 내용을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정유라 승마 지원으로 제공한 72억9427만원은 유죄로 인정했으나, 선수단 차량 구입 대금과 일부 말 구입비(총 5억원 안팎)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은 모두 유죄로 봤다. 다른 기업들과 함께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220억원의 지원금을 낸 것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기소할 때 뇌물이라고 봤던 433억원 가운데 89억원만 인정된 셈이다.

뇌물액 가운데 81억원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됐다. 코어스포츠를 통해 최순실씨에게 송금한 금액 일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불법으로 국외로 빼돌린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봤고, 승마 지원을 하면서 마치 용약 계약을 맺은 것처럼 속인 일도 ‘범죄수익은닉’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런 사실을 모두 알면서도 국회 국정조사에서 “최순실과 정유라를 몰랐다”고 답하는 등 ‘위증’했다는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긴 했으나 재판부는 삼성 쪽이 대통령에게 적극적·명시적으로 청탁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승마·영재센터)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함으로써 승계 작업에 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없었다고 봤다.

삼성 쪽은 53차례 열린 재판 내내 “이재용 부회장은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몸통’으로 인정했다. 사실상 총수로서 최지성·장충기 등에게 “지원을 지시하고 각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삼성 “즉시 항소할 것”</font></font>

이재용 부회장은 판결이 선고되는 1시간 내내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해 사실상 총수였던 이 부회장의 공백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 쪽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1심 판결의 법리 판단, 사실인정 모두 수긍하기 어렵다.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시민단체들도 낮은 형량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논평을 잇따라 발표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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