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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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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원인 합병증은 백선하가 집도한 수술 부위 감염 탓

서울대병원 의무·협진기록지 입수 분석 결과 수술 부위에서 감염 시작

합병증도 물대포에 의한 외상과 인과관계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검 명분 사라져
등록 2016-10-30 14:48 수정 2020-05-03 04:28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은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맞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가운데,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병사 기재의 유일한 근거로 들었던 ‘합병증’마저 백 교수의 주장과 달리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의한 심한 머리 외상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남기씨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과정에서 생긴 합병증의 근본 원인은 지난해 11월14일 백 교수가 집도한 머리 수술 부위의 슈퍼박테리아 감염 때문이었다.
이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술 자체는 잘 마무리됐지만 합병증으로 숨졌다’ ‘머리 외상과 합병증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없다’ ‘합병증은 모든 중환자실 환자들처럼 장기적 치료에 할 수 없이 동반되는 것’이라는 등 백 교수의 합병증 관련 증언과 배치된다. 백 교수는 자신이 집도한 머리 수술 부위에 발생한 감염이 합병증의 원인이 된 부분은 언급한 적이 없다.
합병증을 이유로 사망 원인이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라고 주장해온 백 교수의 논리는, 경찰 공권력에 의한 피해와 백남기씨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경찰과 새누리당 쪽에 의해 부검의 명분으로 이용돼왔다. ‘병사’는 ‘빨간 우의’로 요약되는 ‘제3의 외력’과 함께 경찰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라는 본질을 물타기하는 두 축이었다.
9월25일 백남기씨 사망 직후 청구된 부검영장은 법원에 의해 한 차례 기각됐으나, 검찰의 재청구로 9월28일 ‘유족과의 협의’를 조건으로 제시한 유효기간 한 달짜리 ‘조건부 부검영장’(영장 집행 시한 10월25일)이 발부됐다. 부검을 위해 내세운 명분이 하나하나 허물어지고 있지만 경찰은 10월21일 현재까지 모두 여섯 차례 유족에게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부검 강행 뜻을 꺾지 않고 있다.
감염이 시작된 곳은 백남기씨 머리 수술 부위

감염내과와의 협진기록지. 해부학적 진단에 ‘수술부위감염’이라고 적은 부분이 보이며, 미생물학적 진단을 통해 MRSA가 VISA라는 더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로 변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추가회신을 통해 새 항생제 리네졸리드가 범혈구감소증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 제공

감염내과와의 협진기록지. 해부학적 진단에 ‘수술부위감염’이라고 적은 부분이 보이며, 미생물학적 진단을 통해 MRSA가 VISA라는 더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로 변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추가회신을 통해 새 항생제 리네졸리드가 범혈구감소증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실 제공

은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녹색병원 내과 과장)의 도움을 받아 백남기씨의 의무기록지와 협진기록지 등을 검토했다. 협진기록지는 백남기씨 진료를 맡은 신경외과에서 감염내과나 내분비내과 등 다른 과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환자 상태를 알리고 진료 협조를 받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의학적 소견이 기록돼 있다. 주무 과인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작성한 ‘의무기록지’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환자의 상태를 훨씬 더 상세히 알 수 있다.

기록을 보면, 백남기씨는 4월20일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 진단을 받는다. MRSA는 다수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6종의 의료관련감염병 가운데 하나다. 의료관련감염병은 환자의 감염이 병원 진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병원 내 감염’을 일컫는다.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시작된 곳은 다름 아닌 백남기씨의 머리 수술 부위였다. 5월26일 감염내과에 보낸 기록을 보면 담당 레지던트는 백남기씨를 일컬어 “이전 craniectomy(머리를 열어 뇌를 드러내는 개두술. 2015년 11월14일 뇌수술 일컬음) surgical wound(수술 부위)로 fluid collection(액체 고임) 및 wound dehiscence(수술 부위 터짐), discharge(분비물이 나옴) 있어 swab cx.(검사)상 MRSA 동정된 분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머리를 열어 수술한 부분이 터지고 거기서 나온 분비물에 대한 균 검사를 해본 결과 MRSA가 검출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MRSA가 머리 수술 상처에서 생겼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무기록에 ‘수술부위감염 발생’이라는 진단명이 등장한 것은 5월1일이다. 5월4일 백남기씨는 뇌 수술 부위가 터져 고름이 나오고, 배가 부풀어올라 복막염이 의심되는 상황에 달했다. 5월5일 중환자실에서 흔히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septic shock)가 나타난다. 패혈증 쇼크는 세균 감염이 원인이 된 것으로 중환자실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백남기씨의 경우 일반적인 세균 감염과는 다른 ‘수술부위감염’으로 나타난 것이다.

수술부위감염은 수술이 직접적 원인이 되는 합병증의 하나로, 백 교수의 말대로 ‘중환자실의 흔한 합병증’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정책연구용역으로 제출된 ‘2015년 전국수술부위감시체계 최종 결과보고서’(2015년 수술부위감염 보고서)를 보면, 2006~2008년 전체 수술의 1.9%에서 수술부위감염(84만9659건 가운데 1만6147건)이 발생했다. 백 교수가 백남기씨의 머리 외상에 대해 집도한 개두술은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수술부위감시체계에 수술부위감염 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20가지 수술 가운데 하나다.

기록을 보면, 머리 수술 부위 MRSA 감염은 사라지지 않고 더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로 악화된다. 5월29일 협진기록(MRSA→VISA, MRSA 감염에서 반코마이신 항생제 failure(실패)로 리네졸리드로 변경 추천)에는 애초 처방한 항생제가 듣지 않아 MRSA가 VISA라는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로 바뀌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연 10건 안팎 신고되는 흔치 않은 슈퍼박테리아

VISA(반코마이신 중등도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증은 1년에 10건 안팎으로 신고되는 흔치 않은 슈퍼박테리아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의료관련감염병 신고현황’(전국 115개 표본감시 의료기관 대상)을 보면 올 8월까지 신고 건수는 단 3건(3월, 5월, 6월)이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외상에 따른 머리 수술 감염이 균혈증과 같은 전신 감염의 소스”라고 말했다. “심각한 머리 외상으로 3cm 정도 두피가 찢어지고, 두개골이 골절된 상태에서 수술을 했다. 이후 수술 부위 감염 조절이 잘되지 않아서 계속 열이 나고, 상처에도 문제가 생기고 그걸 치료하겠다고 여러 항생제를 쓰다가 MRSA라고 하는 내성균으로 균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에서도 감염 조절이 안 돼서 결국 수술 부위가 벌어지고 터지고, 고름이 튀어나오는 상황이 됐으며 전신으로 혈액을 통해 이 내성균이 퍼지면서 균혈증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VISA까지 나오게 됐다.”

다시 말해, 백 교수가 직접 집도한 수술에 의해 수술부위감염과 합병증이 발생했음에도 백 교수는 그 합병증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하라고 지시하고 머리 외상과 합병증이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검찰과 경찰에 부검의 명분을 제공했다.

주치의는 왜 합병증 관련 진실 누락했나
10월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날 국감에서 “수술 자체는 잘 마무리됐지만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10월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날 국감에서 “수술 자체는 잘 마무리됐지만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이보라 사무국장은 “합병증의 원인으로 머리 수술부위감염을 적시한 협진기록이 있고, 이후 9월25일 사망할 때까지 백남기씨의 감염 관리 및 합병증 진행 양상도 병원이 작성한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합병증이나 병사를 이유로 부검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의무기록과 협진기록을 보면 슈퍼박테리아를 잡기 위해 독성 강한 새 항생제를 쓰는 과정에서 백남기씨의 몸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이보라 사무국장은 “백남기씨가 얻은 대다수의 합병증은 최악의 슈퍼박테리아 감염병을 관리하느라 사용한 항생제들의 독성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례로 새 항생제 사용으로 VISA 감염은 6월27일 사라지지만 대신 항생제 부작용이 나타난다. 5월29일 감염내과는 VISA로 악화된 뒤 리네졸리드라는 새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리네졸리드는 범혈구감소증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알린다. 결국 6월27일 리네졸리드 사용으로 범혈구감소증(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하는 증상)이 생긴다. 이후 수혈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수혈은 백남기씨 가족을 고통스럽게 했던 의료행위 가운데 하나다.

백남기씨에게 진균 폐렴 및 진균 패혈증, 그리고 이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및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한꺼번에 발생한 7월15일(의무기록지 “수술부위감염-상세내역 및 진단기록 필요-발생”) 역시 수술부위감염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백 교수가 가족에게 처음 혈액투석을 권유한 것도 이때다.

백 교수가 “합병증이 온 이후 가족이 적극적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가족 탓을 하는 배경에 자신이 집도한 머리 수술부위감염이 있는 것이다. 범혈구감소증을 초래한 항생제(리네졸리드) 부작용으로 변경된 다른 항생제(반코마이신) 역시 7월15일 중독 양상(toxic level)을 보여 투약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머리 수술부위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쓰인 항생제 반코마이신은 신장 기능이 갑자기 악화돼 생긴 7월15일의 급성신부전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7월18일 감염내과는 “창상감염(머리 수술부위감염)을 고려하여 반코마이신 사용 중이며 신기능(신장기능) 악화 진행 중이므로 반코마이신 보류하고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신경외과에 회신했다. “반코마이신을 처방하라”는 감염내과의 회신 내용에는 ‘반코마이신이 신장 독성을 갖고 있으니 유의하라’는 안내가 포함돼 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수술부위감염 자체는 정상적 의료행위의 프로토콜을 따랐을 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라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사망진단서를 잘못 쓴 뒤 변명하다보니 의료행위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점까지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질병관리본부, 신고 절차 어겼다는 의혹도

서울대병원이 백남기씨의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수술부위감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병예방법이 정한 신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VISA 검출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한 시점은 6월20일이다. 이는 VISA가 처음 검출된 것으로 기록된 5월27일보다 20일 이후의 일이다.

감염병예방법은 VISA를 비롯한 6종의 의료관련감염병의 경우 검출된 지 7일 이내에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질병관리본부 역시 VISA의 경우 1건이라도 신고되면 역학조사를 나가는 지침을 따르지 않고 백남기씨 VISA 신고에 대해서는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관계자가 과의 통화에서 “VISA는 1건이라도 신고되면 해당 병원의 감염 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역학조사를 나간다”고 설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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