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언론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월소득 500만원 이상, 2천cc 이상급 승용차, 예금 잔고 1억원 이상 보유’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중산층의 기준으로 ‘약자를 돕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을 제시했고, 미국의 공립학교에선 ‘사회적 약자를 돕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을 제시했다.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삶의 질’(Qualite de Vie)에서 ‘약자를 도우며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경제적 기준이 중심인 우리와 달리 수치화하기 어려운 가치 기준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선진국의 품위가 부럽다.
휴가철이 시작됐다. 고단한 몸에 해방감을 안기는 일 외에 사회적 존재로서 평소 짬을 내기 어려워 할 수 없었던 일을 가족, 벗, 연인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휴가 중 하루를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에게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데모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고단한 몸이지만 휴가 중 하루는 데모를2014년 1월이었다. 식대와 연장근로수당 등을 포함해 월 120만원을 받던 중앙대 청소노동자가 회사의 노조 탈퇴 압박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항의해 파업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중앙대는 청소노동자가 교내에 대자보를 붙일 경우 1회 1인당 100만원씩 물리겠다며 법원에 간접강제신청을 냈다. 지인들과 상의해 중앙대에서 ‘대자보백일장’을 열기로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알렸다.
토요일 오전, 시민과 학생 수십 명이 대학본관 앞으로 몰려들었다. 멀리서 상경한 분도 있었다. 시제를 발표하자 수십 명이 바닥에 엎드려 대자보를 써내려갔다. 청소노동자들은 참가자들의 언 몸을 녹이려고 어묵과 떡볶이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장원을 뽑아 시상(종이와 매직)하고 각자 작성한 대자보를 교내 곳곳에 부착했다. 취재 경쟁도 치열해 여러 언론에 기사화됐다. 그 정도는 나도 충분히 동참할 수 있겠다 싶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있는데 막상 데모에 동참하려 해도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데모하는지 알 길이 없다. 언론에서 잘 다루지도 않거니와 끼리끼리만 하는 터라 다가가기 힘들다. 안다 해도 혼자 불쑥 찾아가는 건 왠지 어색해 제법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57분 데모 정보’나 ‘데모 가이드’가 있다면 좋으련만…. 이런 분들을 위해 ‘데모투어’를 준비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 많다. 대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는 기아자동차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서울시청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사진)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 1년째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1천 일 넘게 광화문광장 지하도에서 농성하고 있다. 서울버스노동자들은 버스준공영제 문제점을 개선하라며 서울시의회 앞에서 노숙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광화문 옆 순화동에선 도시 빈민들이 ‘주거권과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농성하고 있고, 명동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매일 호텔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체험 과정도 있어요! 뒤풀이 걱정도 없어요!페이스북 데모당에 ‘데모투어’를 신청하면 하루 동안 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데모계에서 5~20년간 활동한 베테랑 ‘데모 가이드’가 여러분을 무료로 안내한다. 출발 전에 구호와 노래를 배우고, 현장을 방문해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데모는 무엇보다 실행이 중요하므로 체험 과정도 준비돼 있다. 참가자가 여섯 곳 중 한 곳을 선택해 30분간 1인시위(피켓 무료 제공)를 하는 동안 가이드가 곁에서 함께할 것이다. 투쟁 현장 주변 맛집 정보도 꿰고 있으니 뒤풀이 걱정도 없다. 서울 도심 ‘데모투어’로 올여름 휴가를 뜨겁게 보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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