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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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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의 기도, 허락하소서”

영화 <귀향> 제작비 보태는 <한겨레21>의 뉴스펀딩 후원자 초대 감사 콘서트 열려… “후원하지 않고 견딜 수가 없었다. 꼭 볼 수 있었으면”
등록 2015-02-03 14:55 수정 2020-05-03 04:27

“홍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오정해입니다.”

지난 1월28일 열린 〈귀향〉 후원 감사 콘서트의 한 장면. 오정해씨가 〈사철가〉를 부르고 ‘고수’로도 활동해온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북을 잡아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다.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월28일 열린 〈귀향〉 후원 감사 콘서트의 한 장면. 오정해씨가 〈사철가〉를 부르고 ‘고수’로도 활동해온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북을 잡아 장단과 추임새를 넣어주고 있다.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이자 소리꾼인 오정해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소리는 의 고개를 넘어, 영화 의 한 대목인 로 이어졌다. 사계절 내내 이름 모를 타국 땅에서 “왜 왔던고 왜 왔던고”()란 한 맺힌 눈물을 쏟았을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에 보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룹 V.O.S 출신 박지헌씨는 뮤지컬 의 삽입곡 의 가사를 “귀향의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라고 바꿔 부르며 노래의 절정으로 관객을 끌고 갔다. 소녀들의 넋이 길을 잃지 않고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도 같은 노래였다.

1만4300여 명의 시민, 끝나지 않은 후원

지난 1월28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영화 후원 감사 콘서트’가 열렸다. 이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을 통해 진행한 제작비 마련 프로젝트(‘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바로가기])에 동참한 후원자를 초대한 공연이었다. 지난해 12월18일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월30일까지 2억5천만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모았다. 1만4300여 명의 시민이 후원에 참여했다. 콘서트엔 공연장 규모를 고려해 170명(선착순)의 후원자가 초대됐다. 의 조정래 감독은 “뉴스펀딩 외에 따로 제작진의 계좌로 후원하거나 약속한 분들의 금액이 추가로 1억5천여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은 1943년 15살 전후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과거를 비추고, 현재를 사는 16살 무녀가 타지에서 숨진 어린 넋들을 불러내 고향으로 데려오는 내용의 영화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11년간 표류하던 작품이었다.

이번 콘서트의 출연자들은 에 힘을 보태겠다며 무료로 무대에 섰다. 오정해, 김장훈, 자전거 탄 풍경(송봉주), 박지헌, 밴드죠, 레드로우, 김광석(기타리스트), 퓨전국악그룹 ‘AUX’, 김현경 아나운서 등이 공연에 동참했다. 롤링홀도 무대를 무료로 내줬다. 대부분의 관객은 3시간 가까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조 감독은 “무대에서 후원자 분들의 얼굴을 보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격이 밀려와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자가 많아지면서 어깨가 무거워졌는데 날 바라보는 후원자 분들의 눈빛에서 ‘힘을 내라’는 응원이 느껴졌다”고 했다. 콘서트엔 온 한 남성 후원자는 “후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픈 역사이지만,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장훈씨는 따로 모금한 후원금(460여만원)을 감독에게 전달했다. 그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기적에 동참하게 돼 내가 감사할 뿐이다. 영화가 잘 만들어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정해씨도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에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응원했다. 지난 1월26일 황순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도 제작 과정 취재해 가

은 3월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가 광복 70주년인 올해 8월께 영화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독은 실제작비 규모를 12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홈페이지(http://guihyang.com)를 통해 영화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최근 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의 제작 과정을 한국에서 취재하고 가는 등 국제적인 관심도 일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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