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일한다. 손으로 만든다. 쓸모가 있다. 밥벌이도 된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꿈꾼다.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어 쓸모 있는 존재란 사실을 확인받길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기 어디? 나는 누구?’.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 회사를 떠나면 존재감 제로인 사람으로 자신을 느끼는 직장인, 앞날이 창창한 은퇴자들은 그렇게 느낀다.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의 반복에 지친 우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나에게 밥이 되는 일을 꿈꾼다.
“목수가 짱이죠.” 취업 전쟁의 굴레로 들어가 결코 윈윈이 되지 못할 싸움을 하느니 다른 길을 가겠다는 청년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동네마다 생긴 공방에서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이들이 보인다. 몸을 놀리고 손을 움직여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은 그렇게 조용한 흐름으로 번졌다. “청년부터 교수까지 목수를 하고 싶다고 오는 사람이 많아요.” “목수가 시대의 롤모델이 됐어요”라고 말하자 목수 한씨는 조용히 웃으며 그렇게 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치켜세우고 목수의 의미도 제대로 몰랐다.
“나무 목(木)에 손 수(手)를 써서 목수라고 쓰니까, 목수란 ‘나무를 손으로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 21쪽 인용) 목수인 저자 김집씨의 에 나오는 풀이다. 군더더기 없는 집이나 가구처럼 간결한 정의다.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 따위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소비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산하는 인간이고 싶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막다른 골목에서 더 많이 소비하지 않는,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 존재로 살기를 원하는 이들이 늘었다. 소비가 존재의 허기를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시대다. 무언가 쓸모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상상 이상의 행복과 예기치 못한 자신감을 경험한 이들이 늘었다. 그것은 한국의 공교육이 쉽게 허락지 않는 기쁨이다. 일찍이 문화평론가·전시기획자에서 목수로 전업한 김진송씨는 “몸으로 무엇을 만들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다. 역작용으로 그런 희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목수일은 말 그대로 노가다다.” 역시 목수 김씨의 말이다. 대량생산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벗어난 존재로 목수를 낭만화할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목수 김씨는 “나무를 만지는 것은 자연친화적 일만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나무를 베고 자연을 해체하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작업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준비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도 그렇게 말한다.
목수를 생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목공을 통해 생산자의 기쁨을 확인하는 이들이 적잖다. 도시농업이 생명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한 것처럼, 도시목공은 삶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한다. 텃밭에서 생명의 가치를 체험하는 도시농부처럼, 목공에서 생산의 기쁨을 발견한 도시목수가 많은 것이다. 오래된 미래로 목수가 주목받은 시대에 다양한 동기로 일을 시작한 도시목수들, 로컬목공을 지향하는 시골목수를 만났다.
과연 내가 뭔가를 만들 수 있을까? 자신의 손을 의심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하나. 가구를 만드는 이들을 인터뷰한 의 한 구절을 전한다. “처음 가구를 만들었을 때는 누가 봐도 졸작이었다. 별로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계속 만드는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그제야 오히려 ‘나랑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가구를 만든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남들은 그냥 지나쳤을 과정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 저러지?’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부분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710퍼니처’ 윤여범 목수는 그렇게 말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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