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페이스북에 잠시, 정확히 말하면 밤 1시쯤에 올리고 새벽 5시쯤에 지운 제 글이 무척 가슴 아팠던 모양입니다. 그때 선생께서 ‘고맙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기셨지요. 고언이 충분히 전달된 거 같아 바로 글을 내리고, 누군가 다른 사이트에 퍼나른 걸 담당자와 통화를 해가며 지웠습니다. 선생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자칫 소모적인 논란으로 번질까 우려를 했던 거지요.
그 무렵 재능 노조원들은 환구단과 종탑으로 갈려 있었고, 선생께선 종탑 농성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글이 지워져서 원문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종탑 농성자들이 나중에 정치판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했지요. 그 짧은 글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가슴 아픈 비수로 날아가 꽂혔을까요? 당사자들의 해명 요구에 선생은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그때 가서 사과하겠다고 하셨지요. 선생께서 종탑 농성자들을 모리배 집단 정도로 여길 만한 무언가가 있었을 겁니다. 다만 누구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밝혀야 하는 건 상식이고,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노동가수 김성만씨가 환구단과 종탑으로 갈라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선생께 양쪽 입장을 들어보는 공개토론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선생의 답변은 역시 싸늘했고, 그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선생께 드리는 글을 썼습니다.
선생은 다수 조합원이 유명자라는 헌신적인 운동가를 소수로 만들어 핍박하고 있으며, 자신을 공개적인 자리에 불러내 망신을 주려는 것으로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종탑 농성자들을 설득하거나 최소한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이라도 내놨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선생께서 종탑 농성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셨는데, 선생께서 거꾸로 종탑 농성자들을 악인으로 만들고 계시지는 않았나요?
유명자씨가 저를 전혀 모르며, 그게 중요한 차이라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저는 유명자씨와 한 번도 대화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환구단 앞 1200일 투쟁 문화제 때 연대시를 낭송했고, 연대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걸 알아달라는 게 아닙니다. 저는 성격이 소심해서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탓에 낯선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잘 맺지 못합니다. 이런 말을 늘어놓는 제 자신이 한없이 비참해지고 있습니다. 종탑 농성이 알려진 뒤에 합류한 사람들이 그전의 과정을 모른 채 환구단을 배제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무책임합니다. 저는 선생께 글을 올리기 전 며칠간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양쪽 입장을 최대한 알아봤습니다. 선생은 충분히 유명자씨를 옹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슬프게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졸지에 제가 ‘노회한 시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노회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경험이 많고 교활하다’라고 나옵니다. 선생께서 ‘노회하다’의 뜻을 모르고 쓰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알면서 썼다면 저는 어째야 하는 걸까요?
주어진 지면이 너무 짧아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데 수습이 되질 않는군요. 부디 건승하시라는 마무리 인사도 허언이 될 것 같아 삼갑니다. 이 글 역시 교활하게 비쳤다면 제 그릇이 그 정도일 테니, 그냥 쓴웃음으로 넘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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