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올해의 편입시험도 끝이 났습니다. 대학의 일반 편입 모집 인원은 4500여 명입니다. 총 2만여 명이 응시했고 최고 경쟁률은 146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편입생입니다. 2013년 봄 지방의 한 국립대에서 대학 생활의 후반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년을 준비해서 편입학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졸업 뒤 언론사 기자가 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이전 대학교보다는 편입한 학교의 졸업장을 갖는 게 꿈을 이루는 데 좀더 유리할 것이란 생각을 솔직히 했습니다. 스펙으로 사람의 됨됨이까지 평가하는 냉혹한 세상의 시선을 증오하면서도 그 시선에서 배제될까봐 두려웠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은 스펙을 갖고 싶어 선택한 것이 다른 학교로의 편입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최대의 스펙이었기 때문입니다.
등급 부여 안하는 서강대, 교직 이수 안되는 연대편입생의 학교 적응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 입학했을 땐 재학생들과 친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새로운 학사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수강 신청부터 혼자 넘기엔 버거운 산이었습니다. 편입생을 위한 학교 차원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편입생들끼리 물어물어 해결해야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은 수업이든 발표든 시험이든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이란 이유만으로 무시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편입생이 대충 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무사히 졸업한다 해도 기업들은 입사 원서에 편입 여부를 쓰게 해 ‘주홍글씨’를 씌울 것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어려움이고, 알고 있던 ‘구별짓기’입니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차별적 시선보다 훨씬 강력한 제도적 차별이 편입생을 옭아매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지지망이 돼줘야 할 학교가 앞장서서 편입생과 기존 학생들 사이에 경계를 긋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 자격이 없습니다. 저희 학교 규정은 국내외 대학과 교환·교류 학생 신청 자격에서 편입생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교환학생 지원을 준비하려 했던 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편입생에게 교환학생 자격을 박탈하는 이유를 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편입생은 이미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잖아요. 3학년으로 편입한 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다른 학교에서 공부한다면 과연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희 학교만이 아니었습니다. 편입생이란 이유로 기존 학생들과는 차별적인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대학은 의외로 많았습니다. 학교를 선택하고 차별을 감내하든, 차별을 피하고 학교를 포기하든, 각자는 선택해야 합니다. 몇몇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편입 이후 딴 학점에 등급을 매기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강대가 대표적입니다. 서강대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졸업생의 학위증에 등급을 표시합니다. 전 학년 평점 평균 3.75 이상엔 ‘최우수’, 3.50 이상엔 ‘우수’, 3.25 이상엔 ‘우등’을 부여합니다. 아무런 등급이 없으면 평점 3.25 이하란 뜻입니다. 편입생에겐 성적과 무관하게 등급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서강대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3·4학년 성적만으로 편입생들을 평가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교직 이수 희망자는 연세대에서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연세대 편입생은 원칙적으로 교직 이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전 대학에서 교직과정 이수자로 선발된 학생이 동일한 학과로 편입했을 땐 ‘좁은 틈’이 생깁니다. 승인 인원의 범위 내에서 ‘결원이 있을 경우에 한해 선발할 수 있다’고 학교는 밝히고 있습니다.
경북·부산·전남대 등 교환학생 자격 없어복수전공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성균관대는 피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성균관대는 편입생에게 복수전공 자격을 주지 않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도 학교 규정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2011년 3월 교원대 3학년에 편입한 강아무개씨는 그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교원대가 기숙사 생활을 의무교육과정으로 이수토록 하면서 신입학 학생들과 달리 편입학 학생에게는 국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편입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연달아 두 학기 이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는 교원대 총장에게 편입생을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편입생 차별 규정은 교환학생 선발 조건입니다. 해외 교환학생이나 국내 교류학생 지원을 희망할 경우 경북대·부산대·이화여대·전남대·전북대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경북대는 가장 명시적입니다. 편입생의 교환학생 지원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북대의 한 편입생은 “‘편입생은 제외한다’는 학교 규정이 ‘학생에서 제외한다’는 말처럼 읽혀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부산대와 전남대에선 ‘재학생은 다른 대학에서 공부해 얻은 학점이 졸업 학점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발목을 잡습니다. 일반적으로 편입생은 앞서 다니던 학교에서 2학년까지 마친 뒤 새 학교의 3학년으로 편입합니다. 총 졸업 학점의 2분의 1을 ‘다른 학교’에서 이미 이수한 편입생들은 국내외 대학 교환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부산대 관계자는 “편입학한 학생이 또 다른 대학으로 교환학생으로 간다면 굳이 우리 학교가 졸업장을 줄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전북대와 이화여대는 교환학생 자격을 제한하진 않지만, 교환학생으로서 취득한 학점을 졸업 학점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으면 그 기간만큼 학교를 더 다녀야 한다는 뜻입니다.
서울시립대와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사립대학 및 국립대인 부경대·인천대·충남대·충북대 등은 조건부로 허용하는 쪽입니다. 교환학생 신청을 막진 않되 편입 뒤 두 학기를 마쳐야 교환학생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인권위, 오해와 편견에 차별 시정 권고이런 규정을 접하는 편입생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학교’라기보다는 ‘남의 학교’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래저래 약자는 편입생입니다. 편입 준비생들은 각 학교의 차별적 요소를 세심히 따지기보다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차별에 맞서는 법’이 아니라 ‘차별을 피하는 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물론 편입생들이 생각하는 차별을 차별로 보지 않는 비편입생도 있습니다. 성균관대의 한 학생은 “편입생들에게 불리한 규정이 이미 공개돼 있는 것이라면 우리 학교에 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교원대에 권고할 당시 인권위는 편입생을 기존 학생들과 차별하는 것은 편입학 제도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교가 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부여받은 편입학 자격을 대학들이 마치 혜택처럼 간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편입이 새로운 차별의 시작이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구민수 인턴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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