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 정책은 국제 핵질서의 탈냉전화를 추동하고 있다. 핵 보유국의 핵무기 감축 가속화와 함께 비핵국가들의 핵포기 의무에 치우친 핵확산금지조약(NPT) 개정과 핵확산 방지 체제 강화, 지역적 비핵지대화 지위에 대한 핵 보유국의 인정 등 새로운 흐름은 정치인·전문가·평화운동단체 등 시민사회의 반핵평화 운동에 활력을 부여하는 패러다임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핵군축·확산 방지와 비핵화가 오바마 외교 핵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2016년 ‘핵안보정상회의’(NSS)를 미국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창으로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NSS는 2012년 서울을 거쳐, 2014년 3월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4차 NSS를 다시 미국에서 열겠다고 제안한 것은, 집권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핵군축과 확산 방지, 비핵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임을 알린다.
그런 점에서 북핵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비핵지대화, 핵 없는 세계라는 3가지 목표가 상호 연결돼 있으며 동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선 핵폐기를 요구하지만, 동북아 비핵지대화 원칙을 다른 국가들이 먼저 선언한다면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없앤다는 측면에서 더 빠른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6자회담 교착 국면을 타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추진하면 남북한과 일본 등 3개국은 비핵국가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 국가를 둘러싼 미-중-러 3개국은 핵군축을 이행하는 한편, 남북한과 일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엔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핵우산 정책’의 폐지도 포함돼야 한다. 결국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 협상과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계시켜 최종 합의에 이를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나가사키에 이어 올 6월 서울에서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위한 포괄적 접근 방법으로서 ‘동북아의 포괄적 평화안보협정’ 체결 문제에 관한 워크숍이 잇따라 열렸다. 이 포괄적 협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국방부를 모두 경험한 외교안보 전문가 모턴 헬퍼린이 제안한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 자문관과 NSC 특별보좌관으로 일했으며, 1998∼2001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던 그는 당시 북-미 미사일 협상과 공동 코뮈니케 발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등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비핵지대화, ‘미 핵우산 폐지’ 포함해야
헬퍼린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외교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려면 ‘동북아 비핵지대’란 비전을 담을 수 있는 협정을 통해 북-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핵심 현안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헬퍼린은 협정에 △한반도 전쟁 상태 종식 △한반도 안보 유지·보장을 위한 상설협의체 구성 △상호 적대 의사 종식을 위한 공동선언 △북한의 핵 및 다른 에너지 개발·지원에 대한 보장 △유엔 제재 전면 해제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 6가지 요소를 담을 것을 제안한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중대 담화를 통해 ‘핵 없는 세계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북의 제안은 아직 모호하다. 일단 한-미·미-중·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국 불인정이라는 공통의 인식을 마련한 뒤, 북이 요구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북핵 폐기의 조건들에 대한 협상이 재개되는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태호 기자 한겨레 정치부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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