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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제2의 오세훈’?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가결… 경남 시민사회 주민투표 조직, 점점 오세훈 무상급식 논란 닮아가
등록 2013-06-19 11:07 수정 2020-05-03 04:27

“다수 의원이 원안에 동의하므로 이의 없음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김오영 경남도의회 의장(새누리당)이 무선 마이크를 든 채 손에 든 종이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벽에 기대선 김 의장 앞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지난 6월11일 경남 창원시 사림동 경남도의회 회의장에서는 김 의장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3번 두드리는 개회 선언을 한 지 16분 만에 진주의료원 법인 해산을 담은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통과됐다. 고성과 몸싸움이 오고 갔다. 회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회, 공공의료 전반 국정조사 나서
지난 5월29일 경남도청이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서’를 접수한 지 13일 만에 경남도의회에서 해산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진주의료원 조직을 해체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조례안에는 경남도 안에 둘 수 있는 진주·마산의료원 등 2개 도립 의료원 가운데 마산의료원만 남기고 진주의료원은 없앤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남도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은 통과 뒤 닷새 안에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전달된다. 홍 지사는 이송받은 날로부터 닷새 안에 해당 조례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지 안전행정부에 보고하며, 안전행정부는 조례 전문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경남 진주시 초량동 진주의료원 접수 창구 셔터가 닫혀 있다.김명진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경남 진주시 초량동 진주의료원 접수 창구 셔터가 닫혀 있다.김명진

그러나 경남도의 폐업 방침은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폐업에 부정적 입장을 펼쳐온 복지부가 제동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 6월13일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개정 조례안 통과는 의료법에 따른 복지부 장관의 지도명령을 무시했으며,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다”며 재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복지부 장관이 여러 차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요청했지만, 경남도가 이를 무시하고 위법으로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진주의료원을 포함한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지난 6월12일 여야 의원들이 모여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여야는 7월13일까지 공공의료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고, 7월9일 경남도를 대상으로 하루씩 기관보고를 받는다는 국정조사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고유 사무이기 때문에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회가 국정조사 과정에 경남도에 기관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정조사를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노조, 국민모금운동 펼칠 예정

진주의료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농성을 이어간다. 폐업을 반대하다 해고 통보를 받은 보건의료산업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70명은 6월12일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날치기로 통과한 조례안은 원천 무효”라며 “로비 농성을 이어가면서 진주의료원 매각·청산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노조를 압박해올 경우에 대비해 국민모금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경남도에서는 조례안이 발효되면 의료원 건물 등을 매각해 남은 재산을 도에 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남도 안에서는 노동·시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진주의료원 폐업 및 해산무효화를 위한 주민투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홍 지사가 불붙인 ‘진주의료원 논란’이 점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논란때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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