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작가
이번 사건은 ‘<PD수첩>죽이기’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진 작가에 대한 폭거이자 테러임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MBC는 <PD수첩>연출자들을 뿔뿔이 흩어놓은 뒤 작가 전원을 해고했다. 그 와중에 희생양이 된 6명의 작가는 생존권을 빼앗기며 거리에 내쳐졌다. 이 사건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작가들도 떨게 했다. 그다음은 과연 누구 차례란 말인가. 어떤 작가도 저들의 눈에 벗어나면 해고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1954년에 노조 결성해
그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작가들을 내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방송사는 ‘슈퍼갑’이고 작가는 한낱 ‘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해고’당한 작가들에게 “교체됐을 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정정하지 않았나. 사실 이런 문제는 이번에 크게 부각되었을 뿐 이전에도 암암리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일이다. 작가협회는 항의 방문, 사장과 면담 요청 외에도 지속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 작가에게 힘이 돼줄 세력들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방송사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드라마작가의 파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작가의 대부분은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와 계약이 돼 있어서 파업이 녹록지 않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가들의 진입장벽이 낮은 예능과 교양 프로의 구성작가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협회 회원이 아닌 작가들이 유입돼 기존 작가들이 다시 돌아갈 곳이 없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작가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방송사는 더더욱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배째라’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그동안 계속 미뤄온 ‘작가노조 설립’을 추진할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방송사와 작가의 문제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작가협회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갖는 것밖에 없다. 작가협회가 노조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1954년부터 텔레비전·라디오·영화 부문의 작가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작가노조는 사용자와 고료 협상을 하고, 일하는 곳에서의 지배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변화시킨다. 특히 2007~2008 시즌에는 저작권료 인상을 요구하며 100일 가까이 파업을 했고, 1만2천 명 이상의 작가가 파업에 참가했다. 결국 백기를 든 사용자들로부터 저작권료 인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도 드라마작가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구성작가들도 동참할 수 있는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과연 방송사가 이번 사건처럼 비상식적인 일을 벌일 수 있을까?
드라마 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딸 혜린(고현정)이 아버지 유 회장(박근형)에게 말한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아버지 왈, “용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거야”. 내겐 이 대사가 “나 떨고 있니?”라는 대사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고,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 작가들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힘을 이룰 때 과연 누가 떨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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