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버릴 수 있고, 너희는 버려질 수 있다.” 올봄 장안의 화제가 됐던 드라마 의 대사처럼, <PD수첩>작가들이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폐휴지처럼 버려졌다.
집안의 커튼을 갈아끼우듯
상황은 이렇다. 지난 7월 말 MBC 파업이 끝나고 오랜만에 일터로 복귀해 기운차게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에 타 방송사의 후배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배, 누가 <PD수첩>그만뒀어요?
그리고 어느새 9월 중순, 현재 <PD수첩>은 방송되지 않고 있다. 900명 넘는 시사교양 구성작가들이 크게 공분하며 대대적으로
사실 나는 <PD수첩>의 열혈 시청자는 아니다. ‘황우석 유전자조작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 ‘스폰서 검사 사건’ 등 사회적 반향이 컸던 방송도 꼬박꼬박 다 시청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방송이 나간 뒤 뒤늦게 시청했던 ‘남한산초등학교’ 편이다. 프로그램은 폐교 직전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일궈낸 남한산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국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고통받고 멍들어갈 때, 남한산초등학교 아이들은 누구도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 당연히 학부형들은 사교육비의 억압에서 해방됐다. 90분을 수업하고 30분을 쉰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혁명과도 같은 교육의 질적 변화를 일궈낸 선생님과 아이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모습과 환한 웃음은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와 학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몇 달 뒤 내가 아는 사람도 남한산초등학교 같은 혁신학교로 자녀 3명을 모두 전학시켰다. 세 아이들이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를 깨운단다. 학교에 가겠다고. 학교 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고. 그렇게 행복한 아이들로 인해, 그 사실을 전하는 지인의 목소리에도 기쁨과 설렘이 가득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PD수첩>제작진의 진지한 성찰과 모색 덕택이었다. 좋은 방송의 위업이며, 존재 이유며, 고마움이다. 이제 어디에서 남한산초등학교 아이들의 행복하고 환한 웃음을 보고 들을 수 있을까?
동료 작가는 말한다. <PD수첩>이 있는 MBC였기에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천착해 휴먼다큐 을 제작할 수 있었고, 머나먼 오지의 ‘눈물’을 촬영해올 수 있었다고.
조금 늦어질지언정 반드시 온다
그래서 방송작가들은 끝까지 계속 이번 사태를 알리고 싸워나갈 것이다. 결코 지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쓸쓸하고 외롭게 잊히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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