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국민들이 좀더 정직해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 일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인데, 직원이 병들었다고 종이컵처럼 버리긴 했어도 양심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산업재해 신청하는 것조차) 너무 힘든 싸움이더라고요.” 삼성전자 LCD사업부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한혜경(35)씨의 어머니 김시녀(56)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착 가라앉은 무거운 공기가 침묵이 되어 흐르는 듯했다. 지난 7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삼성 백혈병·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무노조 기업 안전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긴 정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려 사망한 이들의 유족과 현재 투병 중인 이들이 참석해, 반도체·LCD 공장의 노동환경과 실태, 삼성전자의 산재 은폐 시도, 근로복지공단 등의 산재 불인정 사례 등을 증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며 만난 남편 황민웅씨를 백혈병으로 잃은 정애정(35)씨는 “고교 3학년 때 입사하는 오퍼레이터 직종 직원들에게 노동법·산재법 교육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며 “무노조 사업장인 삼성에서 안전 관리를 사업주에게 맡기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대회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관한 행사로 지금까지 56명의 사망자를 불러온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백혈병·직업병 실태를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해법을 마련하려고 열렸다. 삼성전자의 백혈병·직업병 실태가 국회 차원에서 논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참가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아프고 병든 노동자들과 그 가족에게 거액의 금전으로 산재 포기를 유도하거나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지 말고, 정부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직업병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심 의원은 “삼성 백혈병 문제가 국제학술지에까지 실리는 등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삼성 피해자에 대한 공식적인 전수조사와 역학조사가 시급하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에서 쌍용차 문제와 함께 소위원회를 구성해 삼성 백혈병·직업병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백혈병 작업병 피해자 증언대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6일 오전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자기가 일했던 반도체 라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황씨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겨레21 김명진
삼성 백혈병 노동자 진단 당시 평균 28.5살
지난 7월2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산업·환경보건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IJOEH)이 7월 펴낸 최신호(계간 4~6월호)에 한국 직업환경의학 여성 전문가 4명의 공동논문 ‘한국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에게 나타난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 문제’를 특별기고(Special Contribution)로 실었다”고 밝혔다. 김인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현주 단국대 의대 교수, 임신예 경희의료원 교수,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한 이 논문에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과 비호지킨림프종 사례 17건의 특성이 분석되어있다. 이 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진단 당시 연령이 평균 28.5살이며 입사에서 진단까지의 평균 잠복기는 104.3개월(8년 7개월)이었다는 사실도 논문에서 드러났다. 저널 표지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다니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의 사진이 실렸으며, 사설에서도 별도로 삼성전자의 백혈병 문제를 자세히 소개하는 등 삼성전자의 백혈병·직업병 실태를 이례적으로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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