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생존자들이 설립한 재단법인 ‘진실의힘’이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으로 3천만원을 내놓았다. 이 기금은 고문 및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다양한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쌍용차 위해 2천만원 출연해“국민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한다” 진실의힘은 지난 6월26일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에 기념대회를 열어 “고문 및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는 결코 피해자 개인이 치유할 수 없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나눠지고 짊어져야 할 책무라는 점을 절감한다. 또한 그 고통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며 시급히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주목한다”고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을 출연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진실의힘은 지난해 6월26일 기념대회 때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심리치료센터 ‘와락’ 건립을 위한 씨앗기금으로 2천만원을 출연한 바 있다. 이후 수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는 사회적 캠페인이 이어져 심리치유공간 와락이 그해 10월 문을 여는 열매를 맺었다. 진실의힘 이사 송소연씨는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올해 활동에도 뜻있는 시민들의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대신해 진실의힘 인권상을 받은 고인의 아내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상금 500만원을 고문치유센터 설립기금으로 전액 기부하며 동참의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보상 및 치유에 관한 법안’(가칭)을 이르면 7월 내에 1호 법안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인 의원은 수상 연설에서 “남편 김근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고문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였다. 고문은 이쯤 되면 용서할 때가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깊은 연구와 관심, 그리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치유돼야 할 문제였다. 늦어서 죄송하다. 남편 김근태와 함께 은폐된 고문의 진실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의 고문을 막아내며 고문의 국가적·사회적 치유에 좀더 일찍 헌신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늦은 게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근태의 이름을 걸고 진실의힘과 함께 고문이 없는 나라, 고문의 상처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실의 힘 경험, 5·18 상처에도 활용진실의힘의 고문후유증 치유 경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진실의힘 이사 강용주(아나파의원 원장)씨가 7월 말 문을 열 ‘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비상근)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전남대 의대생이던 1985년 강씨는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서울 남산 안기부에서 60일간 고문을 당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준법서약 쓰기를 거부해 14년간 복역했다. 1999년 복학해 2004년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뒤 강씨는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마인드프리즘 대표)씨, 문요한(더나은삶 정신과 원장)씨 등과 함께 ‘치유를 위한 집단 상담(봉은사)’ ‘마이데이-맘풀이’ ‘치유학교-상처 입은 치유자’ 등 진실의힘의 고문후유증 치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강씨는 “고문피해자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곳이 진실의힘”이라며 “그 경험을 토대로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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