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지금 당장, 국가폭력 피해자 치유를

[보도 그 뒤]915호 표지이야기에서 다룬 고문생존자의 모임
‘진실의 힘’, 6월26일 피해자 위한 씨앗기금 3천만원 내놔
등록 2012-07-11 18:00 수정 2020-05-03 04:26
지난 6월26일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기념대회에서 고문생존자들이 설립한 '진실의힘'이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 3천만원을 출연하고 있다. 진실의힘 제공

지난 6월26일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기념대회에서 고문생존자들이 설립한 '진실의힘'이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 3천만원을 출연하고 있다. 진실의힘 제공

고문생존자들이 설립한 재단법인 ‘진실의힘’이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으로 3천만원을 내놓았다. 이 기금은 고문 및 국가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다양한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쌍용차 위해 2천만원 출연해

“국민으로서 머리 숙여 사과한다” 진실의힘은 지난 6월26일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에 기념대회를 열어 “고문 및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는 결코 피해자 개인이 치유할 수 없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나눠지고 짊어져야 할 책무라는 점을 절감한다. 또한 그 고통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으며 시급히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주목한다”고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씨앗기금을 출연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진실의힘은 지난해 6월26일 기념대회 때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심리치료센터 ‘와락’ 건립을 위한 씨앗기금으로 2천만원을 출연한 바 있다. 이후 수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는 사회적 캠페인이 이어져 심리치유공간 와락이 그해 10월 문을 여는 열매를 맺었다. 진실의힘 이사 송소연씨는 “국가폭력 피해 치유를 위한 올해 활동에도 뜻있는 시민들의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대신해 진실의힘 인권상을 받은 고인의 아내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은 상금 500만원을 고문치유센터 설립기금으로 전액 기부하며 동참의 뜻을 밝혔다. 특히 그는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보상 및 치유에 관한 법안’(가칭)을 이르면 7월 내에 1호 법안으로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인 의원은 수상 연설에서 “남편 김근태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고문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였다. 고문은 이쯤 되면 용서할 때가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 깊은 연구와 관심, 그리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치유돼야 할 문제였다. 늦어서 죄송하다. 남편 김근태와 함께 은폐된 고문의 진실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의 고문을 막아내며 고문의 국가적·사회적 치유에 좀더 일찍 헌신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늦은 게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근태의 이름을 걸고 진실의힘과 함께 고문이 없는 나라, 고문의 상처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실의 힘 경험, 5·18 상처에도 활용

진실의힘의 고문후유증 치유 경험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진실의힘 이사 강용주(아나파의원 원장)씨가 7월 말 문을 열 ‘광주트라우마센터’ 센터장(비상근)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전남대 의대생이던 1985년 강씨는 이른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서울 남산 안기부에서 60일간 고문을 당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준법서약 쓰기를 거부해 14년간 복역했다. 1999년 복학해 2004년 가정의학 전문의가 된 뒤 강씨는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마인드프리즘 대표)씨, 문요한(더나은삶 정신과 원장)씨 등과 함께 ‘치유를 위한 집단 상담(봉은사)’ ‘마이데이-맘풀이’ ‘치유학교-상처 입은 치유자’ 등 진실의힘의 고문후유증 치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강씨는 “고문피해자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곳이 진실의힘”이라며 “그 경험을 토대로 광주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