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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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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줘서 기사 못 나오게 하라”

<한겨레21>의 추가 보도 막으려 직접 청부폭행 지시한 피죤 이윤재 회장… 경영 물러났지만 잘못없다는 태도인 것으로 전해져
등록 2011-11-01 16:38 수정 2020-05-03 04:26

“겁을 주든지 괴롭혀서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윤재(77) (주)피죤 회장이 김아무개 영업본부장을 불러 청부폭력을 지시하며 한 말이다. 청부폭력이 의 추가 보도를 막으려는 한 방편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회장이 김 본부장을 부른 지난 8월29일은 7월부터 이어진 의 단독 보도(870호 줌인 ‘피죤, CEO와 노동자의 무덤’, 872호 줌인 ‘직원을 칼로 찌르는 피죤 회장’, 874호 줌인 ‘소비자도 우롱하는 피죤의 거짓 경영’ 등)가 나오고 있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이회장 “빨리 준비해서 해결하라”

» 이윤재 (주)피죤 회장은 과거 비리에 연루된 회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환자복에 마스크를 쓰고 경찰에 출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장은 <한겨레21>의 연이은 보도에 위기감을 느껴 청부폭력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류우종

» 이윤재 (주)피죤 회장은 과거 비리에 연루된 회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환자복에 마스크를 쓰고 경찰에 출두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장은 <한겨레21>의 연이은 보도에 위기감을 느껴 청부폭력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류우종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오인서)는 지난 10월25일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폭행을 지시한 혐의(공동상해 교사)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검찰은 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청부폭행을 시킨 김 전 본부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와 피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8월 이 회장은 자신의 임직원들에 대한 폭행, 폭언, 부당 해고 등 독단적 경영과 회사 공금횡령,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의 보도가 계속되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이 회장은 더 이상의 보도가 나오지 못하도록 김 본부장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폭행을 지시했다. 이 회장은 지시 직후에도 의 보도가 이어지자, 9월2일 김 본부장에게 다시 한번 직접 전화를 걸어 “바로 진행해야겠다. 빨리 준비해서 해결하라”는 독촉을 했다.

김 본부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독촉을 받은 다음날인 9월3일 평소 알고 지내던 무등산파 행동대원 오아무개(수배 중)씨에게 “회장님이 이은욱·김용호에게 겁을 주어 협상을 하기 쉽게끔 하고 언론도 못 나오게 하라신다. 겁을 주든지 해서 회사와 협상할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오씨는 애초 “대포폰도 필요하고 애들도 준비시켜야 한다”며 3억원을 요구했고, 이때 김 본부장은 1억5천만원을 건넸다. 청부폭행이 있은 건 이로부터 이틀 뒤였다. 오씨는 무등산파 후배들에게 이 전 사장의 사진이 붙어 있는 이력서를 주며 “야구방망이는 사용하지 말고 손과 발로 때리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고, 그날 밤 이들은 이 전 사장의 집을 찾아가 귀가하는 이 전 사장을 폭행했다.

다음날 언론은 청부폭행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놀란 오씨는 김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애들을 도피시켜야겠다. 도피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곧바로 이 회장에게 ”일이 이렇게 돼 (조폭들이) 피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해 도피자금 1억5천만원을 현금으로 받아 오씨에게 건넸다. 결국 오씨는 피죤으로부터 건네받은 3억원으로 도피 길에 올랐으며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 회장, 경영 복귀 가능성 높아”

피해자와 합의,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없음 등을 이유로 구속을 면한 이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피죤은 곧 전문경영인 체제로 사태를 수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죤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이 회장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여론의 추이를 봐서 그대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폭행으로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이은욱 전 사장은 현재 요양차 해외에 체류 중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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