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따른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가 지난 10월4일 마무리됐다. 지난 9월15일부터 20일간 이뤄진 행정조사는 △해군기지 기본협약서 진위 및 이행 여부 △크루즈 동시 접안 능력 △문화재 발굴조사 △환경영향평가 이행 여부 등을 따지는 자리였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기지 공사는 중단돼야 하며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에서 통과된 공식 결정사항이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4년 넘게 지속된 강정마을의 갈등 상황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적 수사도 아니다.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 해군의 자료 미제출 등 조사 과정과 결과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한국방송 을 통해 전파된 ‘5년째 반대, 강정마을에 무슨 일이?’보다 파급력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참여해 객관적으로 확인한 점은 정부와 해군, 제주도가 파문이 일었던 이중협약서를 작성한 ‘꼼수’처럼 제주도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 ‘명백하고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의 백미는 해군이 강조해온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 사실은 군항으로 설계돼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동료 의원인 박원철 도의원은 꼼꼼한 자료 준비와 객관적 사실 규명을 통해 쟁점이 된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의 동시 접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특히 크루즈항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국방군사시설기준’에 따른 항모를 설계한 것이라는 점도 파헤쳤다.
이는 정부와 해군이 강조해왔고 2009년 4월27일 국방부 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제주도지사가 공식 체결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의 근간을 뒤집었다. 기본적 약속이 무효화된 셈이다. 이런 내용은 제주도청에서 별도의 팀을 구성해 지난 9월30일 실시한 분석 내용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기본 전제가 다 무너진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다. 문화재 조사,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도 그동안의 진행 과정은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10만㎡가 넘는 강정 구럼비 해안 절대보전지역은 전문가를 동행하지도 않은 채 사흘 만에 날림으로 조사가 완료됐다. 직전 의회에서는 국회에서나 보던 의장 직권 상정으로 절대보전지역 해체 안건을 날치기 처리했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 그 자체였다. 멸종위기 동식물인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 층층고랭이 군락 등은 조사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구럼비 바위에 대한 자세한 조사나 원형 보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사장 가배수로, 침사지, 오탁방지막 설치가 부실하거나 적정하지 않았고 지하수 폐공 문제 역시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등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제주도의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법을 위반한 해군참모총장과 해군본부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불출석한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 이은국 해군기지사업단장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히 도의회는 국방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재청을 상대로 강력하게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국정조사 건의하고 해군본부 고발키로
총체적 부실덩어리인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건의해놓았다.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미래를 파괴하기 전에 공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것이 지난 4년 넘게 끈질기게 싸워온 강정마을 주민과 대한민국 국민인 제주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강경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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