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얻고 있다(852호 이슈추적 ‘한기총을 쳐서 보습으로’ 참조). 진보적 개신교 단체의 연합인 ‘한기총 개혁을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가 3월14일 명칭을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기독네트워크)로 변경하며 한기총 해체를 본격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대표회장 인준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생명평화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기독네트워크는 3월1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3일 최근 한기총의 금권선거 파문에 대한 대책과 한기총으로 인한 일선 교회의 피해에 대한 대책 등을 묻는 질의서를 한기총에 보냈지만 답변 시한인 11일까지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이 땅에 절망만 안겨주는 한기총의 해체만이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을 살리는 길”이라며 한기총 해체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운형 집행위원장(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은 “한국 교회 교인들은 더 이상 한기총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서는 이미 한기총을 ‘한개총’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는데도 한기총은 자신들이 마치 한국 교회의 대표인 양 기득권 수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선거’ 파문으로 시작된 한기총 내분 사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범대위)가 3월10일 저녁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특별기도회에서는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의 최측근인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가 나서 “길 목사에게 100만원씩 든 돈봉투를 받아 40~50명의 목사에게 돈을 돌렸다”고 추가 폭로를 했다. 범대위는 지난해 12월21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이후 길자연 대표회장의 인준 무효를 주장해온 한기총 내부 조직으로, 최성규·이광선 두 전직 대표회장이 공동대표위원장을 맡고 있다.
나흘 뒤인 3월14일에는 길자연 대표회장에 대한 인준 결의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한기총 대의원 16명이 길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아울러 법원은 “지난 1월20일 한기총 정기총회에서 이뤄진 (길자연) 대표회장 인준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결정했다. 쉽게 말해, 길자연 대표회장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이 한기총 권위에 반하니 수용 못한다?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개신교계 안팎의 목소리와 내분 사태 격화, 여기에 법원의 대표회장 인준 무효 결정까지 겹겹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지만, 길자연 회장과 그의 지지세력은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법원의 결정마저 무시하고 있다. 길 회장은 법원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3월15일 한기총 임시총회를 강행해 “(판결이) 묘하다”라며 “지금의 현실은 한기총의 위기가 아니라 한기총을 정화하는 한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울러 길 회장을 지지하는 교단 총무들의 모임인 한기총 총무협의회도 같은 날 ‘금번 한기총 사태를 바라본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재판부의 판결은 한기총 법규와 권위에 반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내우외환.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이다. 개신교계 최대 단체인 한기총의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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