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여의도는 바쁘다. 정기국회를 열어 정부의 올해 예산집행 내역을 결산하고, 내년 예산안을 심사한다. 이번에는 그냥 바쁜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시끄럽게 생겼다. 4대강 사업 예·결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한 자료의 일부만 보아도 4대강 사업의 어지러운 갈래를 엿볼 수 있다.
407조원 빚덩어리 나라올해 국회에 제출된 결산 자료를 보면, 정부는 국토해양부에 책정된 4대강 사업 예산 8300억원 가운데 3004억원을 ‘전용’했다. 예산의 36.2%를 애초 사업 내용과 다른 용도로 썼다는 이야기다. 4대강 사업은 ‘국가하천정비지원사업’(이하 하천정비사업)의 하위 사업이다. 하천정비사업은 전국 모든 하천을 대상으로 하고, 4대강 사업은 이 가운데서도 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에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공사를 일컫는다. 국토해양부의 올해 하천정비사업 결산 내역을 보면, 1조1878억여원 가운데 6194억여원을 전용했다. 예산의 52.1%를 처음 계획과 다른 곳에 쓴 것이다. 제출 자료에서 국토해양부는 전용 사유의 대부분을 ‘기타’로 적었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은 “졸속 계획을 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전용액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라 보고, 구체적인 사유를 정기국회에서 캐물을 계획이다.
더 심각한 것은 내년 예산이다. 국토해양부·한국수자원공사·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 등에 책정됐던 올해 4대강 사업비의 총액은 8조1968억원이었다. 정부는 내년 사업비로 이보다 1조2612억원 늘어난 9조4580억원의 예산을 증액 편성했다. 6·2 지방선거 등에서 드러난 민심에도 아랑곳없이 4대강 사업을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서 “2011년 상반기 중에 대부분의 공사를 완료하고, 하반기 시험운영을 거쳐 2012년부터 본격 운영하겠다”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예산안을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랏돈 씀씀이 전체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우선 국가 채무가 크게 늘고 있다. 2007년 298조9천억원이던 나랏빚이 현재 407조2천억원으로 3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정부 채무(40.7%), 공기업 부채(54.5%)도 대규모로 증가했다.
국가·지자체·공기업이 빚을 지더라도 국민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된다면 좋겠지만, 실제 형국은 그렇지 않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3년 0.277에서 2009년 0.293으로 악화됐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개인 부채는 1754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 2192만원의 80%에 이르렀다. 1인당 GNI에 대한 부채비율이 8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온 1975년 이래 처음이다. 나라와 국민이 함께 빚더미에 올라 신음하는 동안, 국가 예산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책정된 민생 예산도 전용 혹은 불용 처리복지 지출에 쓰이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생계급여 예산을 2009년부터 내년까지 동결한 상태다. 결산안을 보면, 기왕에 책정된 민생 예산조차 다른 곳으로 돌려 쓰거나,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불용 처리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지원금 900억원 △고용유지 지원금 182억원 △무급휴업근로지원금 496억원 등 추경사업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전용했다. △중소기업고용유지자금대부 618억7천만원(집행률 17%) △취업격려수당 111억원(집행률 10.8%) 등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빈곤층 지원도 인색했다. 긴급복지 지원사업금 1533억원 가운데 795억원만 집행했다. 한시생계보호사업 지원금 4181억원 가운데 2645억원만 집행했다. 각각 책정된 예산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지원한 것이다.
민주당 4대강사업저지특위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진애 의원실은 “나랏돈을 함부로 전용한 것은 물론 구체적으로 어디에 집행했는지부터 정기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따져물을 것”이라며 “그동안 사업의 졸속·탈법 추진을 밝혀내면서 내년 4대강 사업 예산의 상당액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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