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몰려오네, 평화여 타올라라”
오키나와 포격훈련장 폐쇄 운동 이끈 일본 노장 가수 우미세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참석
18년째 매주 수요일 낮 12시가 되면 평화와 여성 인권을 요구하는 발걸음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다다른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다. 제918차를 맞이한 지난 5월19일 수요집회에는 일본 오키나와의 노장 가수 우미세도 유타카(67)가 가세했다. 주변을 숙연하게 만드는 기타 선율에 맞춰 오키나와의 역사와 관련된 노랫말이 흐른다.
“오키나와의 비극, 4·3 항쟁과 닮아”
우미세도 유타카(67)
“기센바루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즈음/ 너는 어디에 있는가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울고 있네 산이 우네/ 모두가 울고 있네 어미가 우네/ 기센바루 맑은 물, 꽃의 고향에/ 폭풍우가 몰려오네 새벽에 몰려오네…/ 싸움에 지친 고향 산천/ 너는 어디에 있는가 모습은 보이지 않고/ 평화의 기원 담아 봉화여 타올라라/ 노래가 들려온다 아득한 기센바루….”
오키나와가 미군 점령하에서 다시 일본으로 복귀한 이듬해인 1973년부터 24년간, 총 180회 4만4천 발의 실탄 포격 훈련이 오키나와 중부 긴초 기센바루 지역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오키나와 현민들은 소음 피해와 공포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폭격지를 점거해 이른바 ‘기센바루 투쟁’을 일으킨다. 위의 가사는 바로 1996년 포격훈련장 폐쇄라는 미-일 양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동력이 된 우미세도 유타카의 노래 다.
“오키나와 섬에 기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지 안에 오키나와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 내 미군기지의 75%가 집중된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평생을 자신의 노래와 함께 저항해온 우미세도. 그의 이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내 유일한 지상전이 벌어졌던 오키나와 전쟁 종결 50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영화
일흔을 바라보는 그에게 제주 4·3 항쟁 60주년을 기념해 4·3 유가족회로부터 ‘러브콜’이 전해진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는 2008년부터 매년 4·3 평화공원의 너른 무대에서 오키나와발 평화의 메시지를 제주도의 상징에 담아 표현한 자작곡 을 부르고 있다.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 우선 과제
우미세도는 최근 일본 하토야마 정부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대응 방식을 놓고 국민의 지지가 급락하는 상황에 대한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지난 4월25일 오키나와에서는 9만 명이 집결한 집회가 있었다. 이제 일본 국민도 더 많이, 그리고 ‘냉정’하게 분노해야 한다. 일-미 안보조약의 문제, 미국의 타국에 대한 기지 부담 전가를 국제문제화해, 그게 미국의 ‘수치’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가 오키나와 집회에 이어, 다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수요집회를 위해 날아온 이유는 이랬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위안부 문제를 숨기려 해도, 역사의 진리를 가둬둘 수 없다. 전후 일본 정치의 과오를 청산하기 위한 우선 과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니까. 나는 기타와 노래로 이 운동에 힘을 보태고 싶다.”
수요집회 다음날에도 그는 일본의 ‘전국헌법9조회’ 동료 20여 명과 함께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힘들 때나 괴로울 때도 민요에 맞춰 춤을 춘다”며 자신의 곡 과 오키나와 민요 등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을 위로하는 조촐한 문화공연을 열었다.
글·사진 황자혜 통신원 jahye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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