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우회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프로젝트
지난 5월20일, 경기 여주군의 한 소머리국밥집에서 일하는 김아무개(46)씨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정신없이 바쁜 점심시간이 막 지나 발이 무겁고 손목이 뻐근할 즈음이었다. 손님 3명이 국밥을 먹고 간 자리를 치우려고 다가가보니 이미 남은 반찬은 한곳에 모여 있고 뚝배기 3개도 나란히 쌓여 있었다. 모여 있는 그릇을 쟁반에 올리니 상 치우는 일이 금세 끝났다. 돌아서려는데 식탁 위에 놓인 명함 크기의 종이가 눈에 띄었다. 종이에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루 12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손님과 사장의 지시에 따라 뛰어다니고, 식당일이 끝나면 집안일이 쌓여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노동 OTL- 감자탕 노동일기’( 781~784호 연재 기사 참조)를 통해 전해졌던 식당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5월부터 한국여성민우회가 식당 여성 노동자에게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름하여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이다.
소머리국밥집의 김씨가 받아든 쪽지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여성민우회가 제작해 배포 중인 쪽지의 앞면에는 ‘고맙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식당 노동자에게 이 쪽지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다. 여성민우회는 “만일 식사를 마쳤는데 주머니에 감사 쪽지가 없다면 대신 활짝 웃으며 ‘고맙습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고 안내한다. 감사 쪽지는 여성민우회 홈페이지(www.womenlink.or.kr)를 통해 출력할 수 있다. 지면에 실린 이미지를 오려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쪽지의 뒷면에는 ‘책 광고’가 실려 있다. 이란 제목의 소책자다. 여성민우회는 식당 여성 노동자들이 꼭 알아야 할 노동인권 상식과 건강 정보를 담아 책자를 발행했다. 건강 자가진단법부터 노동환경 진단법, 근로계약서 작성법, 최저임금·퇴직금·각종 수당 관련 정보, 산재 신청 방법, 성희롱 대처법 등이 빼곡하다. 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에 전화(02-737-5763)하거나 전자우편(equallove@womenlink.or.kr)으로 신청하면 누구든지 책을 받아볼 수 있다.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일하면서 부당하게 느껴지는 점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여성민우회는 “감자탕집에서 일하기로 했는데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요” “한 달에 3번 쉬는데 쉬는 날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식당 단골손님이 엉덩이를 슬쩍 만지네요. 어떡하죠?”와 같이 식당 노동과 관련한 다양한 상담을 접수받고 있다. 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전화 상담(02-706-5050)과 비공개 전자우편 상담(eq5050@womenlink.or.kr)을 이용하면 된다.
여성민우회 나우 활동가는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도 없이 식당일과 집안일에 매여 사는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식당을 직접 찾아가서 상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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