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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장 누가 될까, 잘못하다 인권에 누가 될까

등록 2009-07-16 15:26 수정 2020-05-03 04:25

지난 6월30일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안경환 위원장이 임기를 넉 달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7월8일 열린 이임식에서 그는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권은 짧고 인권은 길다”며 “제각기 가슴에 품은 작은 칼을 벼리자”는 말도 했다.

지난 2009년 7월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이임식에서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던 한 직원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안경환 위원장은 청와대와 갈등을 겪다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2009년 7월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이임식에서 마지막으로 악수를 나누던 한 직원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안경환 위원장은 청와대와 갈등을 겪다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권은 짧고 인권은 길다”

‘인권 후퇴’의 시대에 ‘작은 칼이나마 벼릴’ 국가인권위의 후임 위원장은 누가 될까?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7월15일 ‘국가인권위원장 자격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마련된 기준은 총 8가지다. △인권에 대한 전문성·경험·지향성을 갖춘 인물 △국가인권위 독립성 수호의 강력한 의지가 있는 인물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을 국내에 실현할 수 있는 인물 △인권위가 만들어온 정책이나 권고를 이해·발전할 수 있는 인물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인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자질을 갖춘 인물 △국제사회의 인권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인물 등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장을 아무런 검증 절차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이다. 이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6월27일 국가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 임명 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후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진강 전 대한변협 회장, 김진홍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이사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등 대부분 보수 성향이 강한 이들이다. 이밖에 인권위원을 지낸 신혜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거론된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등 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가 권고한 인권 기준에 비춰봤을 때 국보법 수호, 동성애 혐오 발언 등을 해온 뉴라이트 집단에 소속된 사람은 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후임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국이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이 될 가능성도 달라진다. 김칠준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안경환 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덕망이 높아 의장국이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에 걸맞는 후임자가 와야 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세계 120여 나라의 국가인권기구를 대표하는 기구다. 지난 2001년 국제 협력을 통해 인권을 증진하고자 설립됐다. 한국은 2004년에 가입했고, 국가인권위는 ‘A등급 국가인권기구’로 승인을 받았다. ICC 의장은 유엔 인권이사회(HRC) 의장,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 등과 함께 지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한국이 ICC 의장국이 되면 인권 및 민주주의 분야에서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지역별로 돌아가며 3년씩 의장국을 맡는데, 2010년~2013년은 아·태지역 순번이다. 국가인권위는 현재 아·태지역을 대표한 ICC 부의장 기구로, 강력한 차기 의장 기구 후보로 거론돼왔다.

ICC 의장국 무산되면 국가브랜드 먹칠

현재 ICC는 한국의 인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가 국가인권위 조직을 축소하자 제니퍼 린치 ICC 의장이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ICC 쪽은 서한을 통해 “정부의 인권위 축소 방침은 인권위가 국내적·국제적으로 쌓아온 신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국 A등급 승인에 대해 재심사를 실시”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ICC의장 기구 수임을 무산시킬 수 있음도 명시했다. 안경환 위원장은 이임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ICC 의장이 되려면 그 인물이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주목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할 일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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