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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보며 가르치렵니다”

등록 2001-05-09 00:00 수정 2020-05-03 04:21

‘어, 눈이 왜 이러지?’ 갑자기 앞이 아득해졌다. 아무런 외상도 입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 오른쪽 눈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송광우(30·충남 당진 고대초등학교) 교사는 그 길로 시각장애인(시각장애 1급)이 됐다. 99년 6월이었다.

“특별히 아프지는 않았는데…. 동네 작은 병원에 가봤더니, 잘 모르겠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이제는 한결 여유를 찾은 송 교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인근에 있는 좀 큰 병원에선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한 3개월쯤 있다가 다시 와봐라’는 말을 덧붙이며. 갑갑한 마음에 석달씩이나 기다릴 수 없어 그해 7월 말인가, 8월 초 병원에 가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입원을 하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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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 MRI(자기공명영상) 촬영도 하고 갖가지 약물치료도 병행했지만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퇴원을 시키며 서울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레버씨 시신경증’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유전적인 질환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교직을 중도에 접어야 할 위기에 빠진 송 교사는 절망적인 상태에서도 힘겹게 자신을 추스렸다. 이듬해 4월 휴직한 뒤 대학원 특수교육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며, 아이들을 맞이할 날을 준비했다. 또 부산에 있는 맹인복지관에서 점자교육과 보행연습 등 적응훈련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눈앞 가까이 있는 사물은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는 상태에서 시력저하는 멈췄다.

휴직 1년째인 지난 4월 말 송 교사는 복직이 결정돼 교단복귀를 앞두고 있다. 시력을 잃었지만, 보조장구를 활용하면 교육활동이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는 당진교육청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로써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교에서 시각장애 교사가 처음으로 등장하게됐다.

송 교사는 계약직(기간제) 교사들이 대거 교체되는 시기인 8월께 교단에 복귀할 예정이다. “지금 당장 교단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싶지만, 그때까지 기다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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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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