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서울 세륜초 6년)군은 이달 초 생애 가장 기쁜 연락을 받았다. 미국 팬암항공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가상비행·플심) 카페(cafe.naver.com/fs2004microsoft)를 공식 지원하겠다는 통보가 온 것이다. 팬암항공이 이달 하순 미국 현지에서 벌이는 항공캠프 참가자 신청을 대행할 권리까지 받았다. 지난 2006년 3월 카페 설립 이후 최대의 경사다.
이해찬(서울 세륜초 6년)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가상 항공기 운항게임이다. 가상 항공기 운항을 위해서는 가상 항공기와 가상 공항 그리고 가상 항공사가 필요하다. 가상 항공기와 공항은 시뮬레이션 게임에 포함돼 있지만, 가상 항공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카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군 카페의 가상 항공사는 ‘아브카루스항공’. 비행을 뜻하는 영단어(Aviation)와 그리스 신화의 인조(人鳥) 이카루스(Icarus)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아브카루스 항공에 소속된 가상 조종사는 모두 1796명(12월 현재). 이 중에는 현역 조종사도 2~3명 포함돼 있다. 초등학생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는 방증이다. 회원들과 함께 디자인한 아브카루스 소속 전용기(오픈스카이-B744)도 만들었다. 플심은 실제 조종사 훈련에도 사용된다고 한다.
“가상 항공사(카페)는 대부분 회원 100명을 모으지 못하고 해산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가상 항공사가 보유한 운항 자료와 강좌 수에 따라 회원들이 움직이거든요.”
이해찬군이 운영하는 카페는 지난해까지는 400명 선에 머물다, 올 1월부터 1300명이 늘어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활발한 대외 홍보와 회원들의 열성적인 활동 덕분이다.
“카페에서 가장 많이 운항일지를 올려주시는 김종찬님, 부매니저인 장지호님과 정승호님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죠. 정승호님은 플심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요. 저희 전용기가 처음 나왔을 때 기체에서 소리가 안 나는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정승호님이 해결해주셨죠.”
이해찬군이 즐겨 모는 항공기는 ‘에어버스320’. 좌석 180석 규모의 중급 항공기다. 김포~제주 노선 운항을 즐긴다. 국제선은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인천에서 뉴욕 JFK공항까지 16배속으로 해도 2시간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이해찬군의 꿈은 조종사? 아니란다. 가상 항공사 운영자답게 항공사 최고경영자(CEO)가 꿈이다.
“제가 항공사를 운영하게 되면 모토는 ‘먼 거리를 짧게’라고 정할 거예요. 비행기를 타면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잖아요.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꿈이에요.”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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